▲ 김진영 (사)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2025 을사년 벽두부터 LA 산불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가친척들이 안부를 묻느라 분주하다. 전화 통화라도 되면 안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LA 산불 원인이 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빼놓을 수 없다. 관계 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LA 산불을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 

2024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10월 이후 계속된 가뭄이 LA 지역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었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는 LA 지역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고 산불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켰다.

LA 소방 당국에 의하면, 이번 산불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진화 작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도 이렇게 빠르게 번지는 불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전했다. 산불을 급속히 키운 것은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샌타애나 강풍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주 해안으로 부는 건조한 가을철 바람을 말한다. 이 강풍은 때로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 바람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 불린다)’가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극도로 바짝 마른 풀과 나무들이 도처에서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LA 산불은 사람들의 생명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의 터전까지 앗아갔다. 수만 채의 가옥과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다.

산불이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자연현상에 의한 화재와 사람에 의한 화재인 방화(放火)와 실화(失火)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자연적 요인으로는 낙뢰(벼락)가 나무로 떨어져 불씨가 되어 번지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윗덩이들이 구르면서 생긴 정전기도 산불을 일으킨다. 건조한 조건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계속 불면 나무들끼리 생긴 마찰 현상이 고온으로 발화가 되기도 한다. 아침이슬에 강렬한 태양열이 비추면 볼록렌즈로 변해 산불이 나기도 한다. 이외에 야생동물에 의해 산불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야생동물이 전선이나 산에 설치된 전자기구 등을 건드리거나, 캠핑객의 전기 도구나 발화 도구를 건드려 안전사고가 나면서 일어나는 경우다.

인위적인 산불은 실수로 낸 경우와 고의로 불을 낸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고의로 방화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심신 미약자들이나 청소년들의 쥐불놀이 등 불장난, 사회적 불만과 개인 간의 원한이나 갈등의 심화로 불을 지르는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실수로 불을 낸 경우로는 입산자들의 부주의가 대부분이고,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다가 산불로 번지는 일도 있다. 등산객 중 일부 흡연자들과 고속도로 등 산중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이 무심코 내던지는 담배꽁초, 캠핑객들의 취사 중 안전사고, 산에서 폭죽놀이, 주택 등에서 발생한 화재가 산으로 연소 확대, 쓰레기 소각 중 불티에 의한 화재 등이 일상적인 안전사고로 이어진다. 그 외에도 무속행위자들이 켜놓은 촛불에 의한 화재, 분묘 유골 화장 시 연소 확대, 산소에서 제를 올리다 향불에 의한 화재 등이 대형산불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대륙에서는 자연발화가 주원인이지만 우리나라 산불은 90% 이상이 고의나 실수로 일어나는 경우다. 우리나라 산불 발생을 원인별로 분석해 보면 입산자 실화가 40% 이상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논ㆍ밭두렁 소각이 20%, 쓰레기 소각, 흡연자들의 담뱃불, 성묘객 부주의, 청소년 불장난, 기타 방화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불 피해는 직접적으로 우수한 산림자원과 동식물을 고사 시킨다. 인접한 가옥과 축사 등으로 연소 확대되어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힌다. 간접적으로는 자연환경을 훼손하며,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및 홍수를 유발한다.
건조하고 낙엽이 많은 겨울철이 오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산불 소식, 산림청이나 행안부 등 행정기관 대응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고 본다. 곳곳에서 산불감시가 요망된다. 우리가 모두 산불 감시원이 되어야 한다. 산에서 정상주를 마시거나 취사하는 등 불을 낼 수 있는 요인을 목격하면 서로 자제를 시키거나 곧바로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고발정신만이 산불을 예방하는 지름길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