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숭실대학교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

한여름인데도 이른 아침에 시원한 기운에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독일의 최고봉인 추크슈피체(Zugspitze, 2962m)를 보려고 일찌감치 짐을 챙겼다. 
지난 얘기에서 밝혔던 바와는 반대로 차를 운전하면서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쓰윽’ 국경을 넘었다. 산 정상을 향한 케이블카 출발점인 아이브 호수(Eibsee)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약 10분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니 만년설로 뒤덮인 산정상에 다다랐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공유하고 있어서(백두산을 상상하면 될 듯) 조금만 걸으면 국경을 또 ‘쓰윽’ 넘는다. 북으로는 휴전선이 있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비행기로 1시간 넘게 날아가야 국경을 넘는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해온 필자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다. 
산 정상에는 등산을 하다가 사망한 분들을 위한 황금십자가가 있으며 세계에서 제일 고도가 높은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맥주가 있다. 뭐 누군가 중요한건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라 하지 않았는가? 친구들끼리 나눠 마시는 맥주여서인지 술을 잘 하지 않는 필자에게도 매우 맛있는 맥주이다. 쌀쌀한 날씨에 정상의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아이브 호수는 빙하 녹은 물을 머금어서인지 한여름인데도 시원한 군청색을 띄었다. 날씨가 흐려져서 서둘러 케이블카로 다시 내려와 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인 리히텐슈타인으로 차를 몰았다. 

비가 내리다 해가 보이다가 하는 날씨에 구불구불한 산길로 차를 몰아서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가는 길로 내비가 안내한다. 
중간에 간이 휴게소에서 잠깐 쉰 것 이외에 3시간여를 차를 몰아서 또 한 번 ‘쓰윽’ 국경을 넘는다. 리히텐슈타인은 공국(公國)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작은 나라이며 경기도 안산시 정도의 면적이란다. 국방과 외교권은 스위스에 일임하고... 점심시간이 되어서 근처 식당을 찾던 중 쇼핑몰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과일과 간식거리를 산 후 서브웨이로 가서 1피트짜리 샌드위치 사서 4명이 나눠 먹었다. 
독일서 주차비로 며칠 시달리던 터여서 주차권 얘길 꺼냈더니...하하... 이 나라는 주차가 무료라나.. 친구가 재빠르게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는 이 나라가 등록된 법인이 많아서 손꼽히는 부국이라고 한다. 
파두츠성을 검색해서 차를 모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빗길에서 차를 모는데 너무 산속으로 가는 듯 했으나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가다 보니 비는 그치고 경치가 기가 막힌 곳으로 안내받았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Kapelle Masescha 부근이었는데 여기서 내려다 본 감동은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멀리 아래쪽엔 라인강의 지류가 흐르고 더 먼 곳에는 푸른 초지와 맞닿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봉우리가 보이고... 실수가 행운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며칠 뒤 이탈리아의 알프스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내 표현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언덕에서 한참을 보낸 후 차를 몰아 내려와서 조금 더 가다가 입체교차로 하나 건너니 스위스였다. 스위스에서는 통행권인 비넷(Vignette)이 필요하다고 친구가 알려줘서 휴게소가 보이길래 얼른 샀다. 

40프랑이며 1년짜리 유효기간인데, 이걸 며칠 쓰자고 사자니 좀 아깝긴 하다. 그러나 위법시 최소 150프랑에서 300프랑까지 벌금을 물어야 하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스위스 같은 관광국이 1년짜리밖에 판매하지 않는 속셈이 좀 얄밉다. 
취리히를 거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인데 J라는 친구가 유럽은 처음이라며 취리히 성당 들렀다가 가자고 해서 잠시 들렀다가 목적지로 차를 몰았다. 친구들과 빗길을 운전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 나름 즐겁다. 
인터라켄은 Thun 호와 Brientz 호 사이의 도시라는 뜻으로 이 곳에서 쉬고 다음날 융프라우를 구경하는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