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필자는 1979년부터 재난안전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재난안전 실천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들어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한다. 재난과 관련된 일이라면 두 팔 걷고 나선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양옆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방음벽이 위화감을 일으킨다. 자동차 소음을 막기 위해 도로 경계부에 설치된 높고 긴 방음벽을 국가적 재난으로 재 평가해야 된다. 특히 도시 주거지를 관통하는 도로는 어디까지 높일지 서로 경쟁하듯 올리고 있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치솟는 것을 더욱 부추긴다. 대한민국의 콘크리트 포장도로 건설기술은 아직 자동차 소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공해로 이어진다. 이러한 소음에 맞춰 방음벽을 설치하면 어디까지 높일지 상상이 안 간다. 최근 건설되는 고속도로는 규정 속도를 140km/h까지 올린다고 한다. 도로변에 있는 주민들은 분진, 매연, 소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방음벽으로 저층부의 소음은 일부 줄어들겠지만, 고층부는 줄어들지 않는다. 소음은 방사형으로 퍼지기 때문에 방음벽보다 높은 곳에서는 소음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즉 도로변 아파트의 경우 약 6∼7층부터 위층으로는 방음벽이 소음을 막아주지 못한다. 매연, 분진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도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생활을 위한 도로고, 또 하나는 수송을 위한 도로다. 생활도로, 즉 도시 주거지를 관통하는 도로는 방음벽이 아닌 규정 속도로 조절해야 한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구간단속 구간으로 지정하고, 속도를 경제속도(일정한 거리를 주행 할 때 연료 소모가 가장 적게 갈 수 있는 속도) 70~80km/h 이하로 통제해야 한다. 구간단속은 평균 속도를 측정하여 과속을 단속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적발되면 벌금과 벌점이 부과되어 운전자는 조심해서 운전한다. 도시 주거지가 확장되면 구간단속 구간도 확장하면 된다. 주거지 통과 도로를 경제속도로 규정하면 소음 피해 저감은 물론 방음벽 높이도 차량 이탈 방지벽(노면 높이 2m)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수송 도로, 도시 주거지를 벗어난 도로는 수송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현행대로 유지하되 규정 속도를 전 구간으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의 규정 속도는 구간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100km/h에서 120km/h로 정해져 있다. 규정 속도는 교통사고 사전 예방, 교통흐름 원활, 소음 피해 저감 등을 고려하여 정하기 때문에 꼭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규정 속도를 준수하면 교통체증도 해소된다.

방음벽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대한민국 최초 방음벽은 1981년 원효대교 남단의 여의도 초등학교와 시범아파트 사이에 높이 3.5m, 길이 200m의 아연철판으로 설치한 것이 최초이다. 일본도로공단의 방음벽 기준을 베껴와 금속제 방음벽을 주로 사용하였다. 1983년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한남대교 남단 사이 서초동 구간에 설치한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하고 있다. 초기에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등 도로변을 따라 심한 소음이 발생하는 소음원으로부터 주거단지, 업무시설, 학교 등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세우던 것을 재건축, 재개발 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거환경 개선 차원으로 도로변에 설치하게 됐다. 최근에는 택지개발 사업 등에도 도로변에 접한 구간은 건축심의나 인허가 조건으로 방음벽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거나 의무화하여 방음벽은 갈수록 더 많이 세워지고 있다. 

방음벽의 환경 저해 요인도 심각하다.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방음벽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통경축 확보와 통풍에 방해가 된다. ​또한, 방음벽에 막혀 가까운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발생하고, 저층 세대의 조망·일조량과 ​방음벽 주변 수목의 생육에도 영향을 준다. 조망이나 일조량 확보를 위해 투명 방음벽을 설치하더라도 야생 조류가 충돌해 폐사하는 글래스킬도 큰 문제로 국내에서만 매년 800만 마리가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다고 한다. ​이에 저소음 도로포장과 저소음 타이어 장착이 방음벽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저소음 포장은 일정 기간 경과 시 도로 마모로 인해 수시 재포장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그나마 2019년부터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 시행으로 저소음 타이어가 확산하고 있으나, 차종별 적용 시기를 달리하고 있어 ​2028년이나 되어야 모든 타이어에 적용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용성이 좋은 도로 소음 저감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방음벽으로 소음 피해를 줄이는 정책은 대한민국에서만 통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이 오죽하면 '방음벽의 나라'라고 빈죽을 떨고 있지 않는가. 폐기물 처리에도 엄청난 혈세가 새고 있다. 환경 저해 요인까지 들여다보면 방음벽이 흉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방음벽 정책을 재고할 때가 왔다. 재고가 빠를수록 좋다. 최대 높이를 규정해야 한다. 이것 또한 사후약방문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