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숭실대학교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

이번 여행에서 단 하루를 꼽으라면 단연 오늘로서 돌로미티의 두 고원지대를 케이블카 타고 걸어 다닌 것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표현력이 매우 부족하여 실로 필설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엄한 풍경들을 본 것만으로 내 마음은 한동안 마냥 풍요로웠다. 볼차노에서 차로 50여분 달려가면 오르티세이에 다다른다. 먼저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에 가기로 하고 케이블카 표를 사서 고원으로 올랐다. 이탈리아어인 Alpe di Siusi, 독일어인 Seiser Alm, 고유어인 라딘어 Mont Sёu c 은 모두 같은 말이다. 이곳은 해발 2000m에 위치한 고원지대로 유럽에서 가장 넓은 고원 지역이며 축구장 8000개의 크기 정도라고 한다. 케이블카 종점에 이르니 눈앞에 절경이 펼쳐졌다. 때마침 야생화가 절정기여서 수백 가지 꽃들이 어우러진 초원이 아득히 펼쳐져 있고 그 끝자락에는 웅장한 산들이 만년설을 이고 있었다. 보이는 전경 왼쪽에서부터 싸소 룽고(Sasso Lungo), 싸소 피아토(Sasso Piatto),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카티나치오(Catinaccio)가 있고 오른쪽 끝에는 스칠리아(Scilliar)가 있다. 한동안 케이블카 정류장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다른 이들을 따라 주춤주춤 트레킹을 나섰다. 가다가 푹신 보이는 초원에 누워 쉬기도 하고 한가로이 풀 뜯는 말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그러다가 오전이 후딱 지나가서 돌아오는 길에 산장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하고 케이블카로 다시 내려왔다. 햐~ 이런 곳이 있다니.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스위스의 풍경보다 훨씬 멋진 풍경을 본 셈이다.

마을로 내려온 후 조금 이동하여서 이번에는 세체다로 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중간에 한 번 갈아타고 좀 더 올라가는 듯하였다. 특이하게 산악자전거를 지참하고 타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니 위쪽에서 산악도로를 자전거로 질주하는 무리들을 봤다. 너무 시원해 보였다. 세체다 고원 정상은 2500m 정도로 6월 하순 날씨인데도 바람이 쌀쌀했다. 햇볕은 따가워서 짧은 팔에 윈드재킷 정도면 알맞을 듯하다. 정상에서 왼쪽부터 눈에 띄는 것만 나열해도 Odle(바늘) 산군(群), Sella 산군, Sasso Lungo산 등이 멀리 펼쳐져 있어서 이런 장엄한 풍경을 고작 10여분 케이블카를 타고 와서 본다는 것이 뭔가 미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상까지의 트레킹은 고산지대여서 보통 사람들에겐 약간의 무리가 있으나, 뭐 할만하다. 찍은 사진은 배경이 워낙 좋아서 모두 작품사진 반열에 오른다. 뜻밖에 예수님 십자가상을 마주치고는 그 앞에서 그냥 잠시 고개숙이고 있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그렇게 몇 분을 서 있는 것 마침 친구가 찍어 주었다.
숙소인 볼차노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 마트(Interspar Supermarket)에 들러서 돼지 목살, 수박, 와인 등을 사 가지고 전날 봐 두었던 고성 인근 포도밭 근처의 공터에 자리잡고 햇반과 기본 찬, 그리고 목살구이로 야외 만찬을 즐겼다.

PS. 이 기록은 2024년 여름 다녀왔던 여행기록의 일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