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유진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지 5인 이상인지에 따라 수당 및 연차 지급 여부, 해고 절차, 근로시간 준수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근로기준법 제11조).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상시 근로자 수에 따라 법적 의무를 달리 규정한 이유는 영세한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으나, 간혹 사업장에서 법률의 적용을 피해가기 위하여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나의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꼼수를 막기 위하여 ‘별개의 법인이라도 실질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뤘다면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밝혀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였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20년 10월 A사가 폐업되면서 회계 담당자인 B씨가 해고되었다. B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했지만 A사는 상시 근로자가 3명인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당시 A사는 본사의 다른 계열사 C사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고 C사의 상시 근로자수는 6명이었기 때문에, C사의 상시 근로자까지 포함하여 근로자 수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엇갈렸다. 지방노동위원회는 A사와 C사를 독립된 사업장으로 보고 A사의 상시 근로자 수만을 고려하여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A사와 C사는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므로 두 회사의 상시 근로자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A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불복하여 소를 제기 하였지만, 1심과 2심 모두 △회사 조직도에 두 회사가 별다른 구분 없이 기재된 점 △열린 공간에서 서로 협업하며 뚜렷한 업무상 차이가 없이 일한 점 △인사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진 점 △A사 직원의 병가·승진 등 인사 업무도 C사 직원이 지휘·감독한 점 등을 고려해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판단하며 중노위의 판단이 옳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지난 25일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보호가 필요한 국민으로, 영세한 사업장에 대한 보호 조치는 필요하나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근로자가 없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위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여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판결이며, 이러한 판례가 지속적으로 확립되면 사업주와 근로자를 모두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