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숭실대학교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

오늘은 하루종일 융프라우를 구경하는 날인데 여기서 며칠씩 묵어가는 분들이 많을 만큼 잘 알려지고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필자는 20여년전 다녀온 기억을 되새기며 그때 받았던 좋은 인상을 간직한 설레임으로 전날밤 잠을 좀 설쳤다. 아침에 근처 호반을 가볍게 산책하면서 사진도 찍으며 몸을 푼 후 인터라켄 동역으로 차를 몰았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서 두께있는 데님과 긴 소매 상의, 그리고 등산용 비옷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20여년전과는 달리 아이거 글렛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코스가 생겨서 인터라켄 > 그린델발트(기차) > 아이거 글릿처(케이블카) > 융프라우(산악열차) 이렇게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라우터브루넨까지 산악열차를 타고 그 이후엔 열차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20년 전에는 열차만으로 왕복을 한 기억에 비하면 훨씬 다채로운 구경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린델발트역에서 아이거 글릿처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했는데 푸른 초원을 내려다보며 올라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거 글릿처에서 내려서는 다시 톱니바퀴가 달린 산악열차로 바꿔타고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다 중간 어디쯤에 전망 좋은 곳에다 열차를 세우고 사진찍을 시간을 준다. 산의 바위를 깍아서 열차선로를 건설한 것도 대단한데 전망창까지 내어서 관광객들에게 눈요기를 제공한다. 산 경치는 몇년전 다녀왔던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의 어디쯤과 비슷하나 여긴 거기보다 자연을 잘 다듬고 길들여서 사람들이 보며 즐기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열차하차후 매점을 지나고 얼음동굴을 지나니 융프라우 산 정상부근 전망대다. 등산용 비옷을 패딩으로 바꿔입고 밖으로 나서니 여름날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한기가 몰아쳐서 6월말인데도 만년설이 녹을 수가 없는 기온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날씨가 흐려서 산 아래쪽 전망을 맘껏 즐기지 못한 점이다. 그래도 좀 더 돌아다니면서 여름날의 한기를 마음껏 즐기다가 추위를 느낄 즈음에 휴게실로 들어와서 컵라면 교환권을 활용했다. 우리나라에서 융프라우 기차 탑승권을 구입하면 2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정산휴게소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교환권을 준다. 캬~ 융프라우 정상에서 추운 몸을 녹이며 먹는 컵라면 맛이라니....

오후 들면서 날씨가 갑자니 나빠져서 비가 흩뿌린다. 우리는 서둘러 기차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을 통하여 차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동역으로 왔다. 20년전에 왔을 때에는 날씨가 맑아서 차창밖으로 푸른 초원이며, 색색이 핀 들꽃을 보며 내려왔던 터여서 내리는 비가 못내 야속하였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주치비를 지불하고 떠날 때에는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그나마 아침에 등산 시작할 때 맑았던 하늘에 감사해야겠다. 빗길을 달리다가 정말 긴 터널을 만났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Gotthard 터널이었으며 무려 17km나 되는 터널이었다. 끝없어 보이던 터널을 지나서 만나는 하늘이 어찌나 반갑던지... 이탈리아식 지명을 보며 한참을 더 달려서 스위스 국경을 넘었다. 코모호수는 Sweet People의 음악때문에 인상이 깊어 찾았으며 (https://www.youtube.com/watch?v=8QdHfk95pB0) 호수가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이 호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며 밀라노에서 아주 가깝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근처 맛집인 듯 저녁시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전날 스위스에서 먹던 맛없던 요리와는 반대로 비슷한 가격인데도 매우 차이가 많이 나게 맛있었다. 
다음날 일정은 패션의 도시 밀라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