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입구부터 깨끗이 정돈된 모습에 근로자들의 깔끔한 복장상태. 입구 저 멀리부터 무전기를 들고 무엇인가 열심히 체크하는 현장관리자들의 모습. 이윽고 나타나는 검정색 고급 승용차 행렬과 이를 맞는 현장소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일사분란한 모습. 지금까지도 매월 4일 시행되고 있는 안전점검의 날 초기 시범현장 안전검검 모습, 또는 안전예방기관 중심으로 전개됐던 현장 안전캠페인의 모습이 이러했다.
이윽고 누가봐도 VIP급으로 보이는 일행이 서로 담소하며 현장에 들어서고 정해진 레퍼토리대로 현장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소장 및 안전관리자 등의 안내로 현장점검에 돌입한다.
물론 예정된 현장점검이었기에 큰 지적사항이 나올리 만무했고, 관리자는 이 기회에 점수라도 좀 더 따려는 듯 이동 중에도 현장에서의 안전우선 작업시행과 온갖 안전기법 설명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라운딩이 끝나면 VIP가 점검에 대한 평가가 섞인 격려의 멘트를 하고, 전 근로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총총히 현장을 떠난다. 물론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튿날이면 각종 언론에 커다란 사진과 함께 현장점검 모습이 그럴듯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선물이다.
이러한 형식적인 점검 뒤에는 반드시 일선근로자들의 이런 뒷담화가 이어졌던것 같다. “이런거 하려고, 며칠동안 일도 못하게 하고 이거 준비시킨거야, 나 참”
얼마전 국민안전처는 ‘현문현답 국민안전처장관이 간다’는 정책설명자료를 통해 ‘현장에서 답을 찾는 현장중심의 업무추진’을 홍보했다.
현장중심의 업무추진은 좋은 방향성을 가진 정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그 모양새가 ‘형식적인’ 현장중심이라면 그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오래전의 형식적인 현장점검 모습을 그려봤지만 그 실행의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현재도 재현되거나 반복될 수 있다. 다수의 일선 근로자들은 “어 지금도 똑같은데…”라며 동의할지도 모른다.
현장중심의 업무추진, 그래서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의지와 페이퍼(paper)를 넘어 ‘실천’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