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가 재난 사태 대응과 밀접한 소방 분야의 전문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0일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효율적인 재난대응을 위한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로 정책 대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화재소방학회(회장 백동현)가 주최하고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회장 문성준)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안팎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4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날 이창원 한성대학교 교수는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가졌다.
이 교수는 “현재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어 대형재난 발생 시 중앙통제단장을 맡는 소방방재청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지휘체계가 이원화돼 있다”며 “이는 복잡화·대형화되는 재난 대응에 한계를 만들고, 일부 지역은 대응체계와 소방서비스가 취약해지는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지역 간 재정력 격차와는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보편적이고 공평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부분에서 만큼은 모든 국민이 똑같이 보호받아야 하며, 지방자치제로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국가가 개입해 이를 보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통해 중앙·지방 간 소방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도별 119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 소방장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며 소방공무원 인력 충원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은 ‘독립 소방청의 효율과 타당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 전 청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과 재난관리라는 명제 하에 국민들에게 소방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소방조직이 재난 비전문가인 행정 관료들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며 “재난과 가장 밀접한 부서인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정부조직법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청장은 또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강조하며 “국민들은 ‘119에 전화하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알고 있다. 119는 소방이 움직인다. 이렇게 잘 돼 있는 조직임에도 행정 관료들은 이 조직을 인정치 않고 있다. 재난현장에서 만큼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인 소방이 필요하다. 독립소방청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성이 강한 조직체로서 재난현장에서 대응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국가안전처 외청으로 독립소방청을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에 적합한 현장중심의 재난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모든 국민이 균일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재정 문제가 국민안전의 바로미터”라고 강조하며, 소방조직의 독립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국가 재난관리중심역량기관으로서의 소방’을 주제로 윤명오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발표했다.
윤 교수는 소방이 국가재난의 중심조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지만 현재 소방의 역할 및 역량, 소방의 국가직화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을 설명하면서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재난 대처에 있어 일사불란한 현장지휘, 위험대처 용이, 기술지식의 보유 및 공유 용이, 소방규제 및 일관성 확보, 조직의 통일성 등 소방공무원을 국가직 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소방이 변화해야 할 지향점도 함께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류충 한국소방안전협회 연구소장은 “사전예방을 강조하면서 타 부처 소관 예방안전업무를 통합하려 한다면 이 또한 고급관료의 자리 늘리기 전략으로 보아야 하며 권한은 강화하고, 조직은 늘리며, 책임은 결국 소관부처가 지도록 하는 왜곡된 시스템으로 전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연구소장은 또 “국가안전처가 ‘통합관리 시스템’과 ‘유형별분산관리 시스템’ 중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직만 비대해지고 혈세를 낭비하는 일을 막으려면 소방ㆍ경찰ㆍ해경 등 현장대응 조직의 의사소통 및 지휘 체계를 확립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종영 중앙대 교수는 “국가안전처의 신설의 정당성을 정부는 안전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컨트롤 타워는 국가안전처가 없는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상재난과 육상재난을 통합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기 위해서는 재난이 해상과 육상에서 동시에 연계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야 하거나 거대한 재난의 발생이 예측되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특별하게 예측되고 있지 않다”며 해상과 육상의 재난대응을 위해 컨트롤 타워를 하나의 중앙행정기관에 두겠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