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아영 노무사/ 노무법인 길

1. 서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1년이 흐른 지금, 법적 개념화를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인지도와 경각심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보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에 대한 실망감과 무력감에 관한 후일담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래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시스템 구축을 장려하기 위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짚어보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의 처리 절차에 관해 알아보도록 한다.

2.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정신적 고통이 초래된 결과만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며,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행위의 사실관계와 제반사정이 아래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가 이용되어야 한다. 우위란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저항하거나 거절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해자가 지위의 우위로서 지휘명령관계, 직위, 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하거나, 관계의 우위로서 수적 측면, 정규직 여부, 직장 내 영향력 등 어떠한 속성에서든 우위를 이용하였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한 행위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직장 동료나 후배의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해당 행위에 수적 측면, 성별, 나이, 부서의 특성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우위를 이용하였음이 확인되어야 한다.

두 번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동이어야 한다. 행위자의 우위성이 인정되더라도 문제되는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하며, 문제 행위가 업무상 필요한 것이 아니었거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행위양상이 사회통념상 적절하지 않아야 한다. 상급자는 업무 독려 및 지시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어 상급자의 업무 관련 행위는 불만이 있더라도 곧바로 괴롭힘으로 인정되기는 어렵고, 폭언·욕설 등 부적절한 행위를 수반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사회통념상 적절하지 않은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반복적이지 않은 일회성의 주의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

세 번째,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여야 한다. 괴롭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며, 행위자의 의도가 없더라도 그 행위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면 인정된다. 

3.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처리절차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내에서 자율적으로 예방 및 대응조치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의무가 부과되는 주체가 모두 사용자인 점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사업장은 매뉴얼을 준수하여 적정한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대응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은 피해자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의 조직신뢰를 유지하고 결속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받거나 인지한 사업장은 신고자 및 피해자에 대한 초기상담을 진행하여 피해 상황, 피해자가 문제해결을 위해 요구하는 내용, 해결 과정에서 우려되는 상황, 직·간접 및 정황 증거에 관한 정보 등의 사정을 확인하여 조사 실시 계획과 대응 절차를 결정하도록 한다.

구체적인 대응 절차는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에 맞추어 구성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요구 수준에 따라 세 가지 방안으로 나누어 절차를 진행한다. 피해자가 행위자로부터 분리만을 원한다면 조사를 생략하고 괴롭힘 상담 보고서를 작성한다. 괴롭힘 행위로 판단되면 피해자가 원하는 배치전환, 보직변경 등의 조치를 적절하게 실시하도록 한다. 

한편 피해자가 행위자의 사과 등 당사자 간 합의를 원하는 경우에는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피해자가 추천한 참고인 등 관련자만을 조사하는 약식 조사를 빠른 시간 내에 완료한 뒤 약식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괴롭힘 행위가 확인되면 행위자에게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되, 합의가 결렬된다면 피해자와 재상담을 진행하여 정식조사 의뢰 여부 등 다음 절차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도록 한다. 

피해자가 회사 차원의 조사를 통한 해결을 원하는 경우에는 정식조사 계획을 세우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식조사를 진행하도록 한다. 피해자, 참고인, 행위자를 모두 조사하되 가급적 대면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장하며,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취업규칙에 근거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실시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피해자의 요청사항을 확인하여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병행한다. 

4. 마치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적용 사업장 범위를 확대하고 가해자 처벌 규정을 도입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한 바 있고,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연일 발의되는 상황에서 향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보완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부작용은 개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결속을 저해하고 생산성 저하, 대외 이미지 하락까지 유발하는 문제이므로 조직의 입장에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아직 적정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사업장이라면 선제적인 대응과 동시에 조직 만족도와 신뢰 향상을 위하여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시의적절한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