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제산업위생학회 학술대회 국내 유치 ‘성공’

 

▲ 박두용 회장

올해 국제산업위생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한국산업보건학회의 박두용 회장. 최근 ‘2020 국제산업위생학회 학술대회’ 국내 유치에 성공하며 한국산업보건학회의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다. 지난해 개최한 동계학술대회에는 9개국 해외전문가를 포함 사상 최대인원이 참가하는 등 양적 질적으로 학회의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학회의 발전을 위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산업보건학회의 박두용 회장을 만나 주요 활동과 산업보건 학문에 대한 그의 소신·철학을 들어봤다.

▲ 본지 발행인 이선자 사장과 대담하고 있는 박두용 회장

-먼저 한국산업보건학회의 연혁, 활동 및 사업내용 등 학회에 관해 개략적으로 소개해주십시오.
“저희 학회는 1990년 4월 28일 설립됐습니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산재나 직업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산업보건 특히 작업환경 중 유해요인을 파악하고, 측정·개선하는 산업위생에 대한 요구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하고자 우리나라에 맞는 산업위생학을 연구하고 현장의 문제점을 공유하기 위해 학회를 설립한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산업보건학의 학문발전과 이를 위한 연구·교육활동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사명입니다. 그러나 산업보건학회의 특징은 이러한 학술활동이 학교나 연구소에만 머무르지 않고 늘 현장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현장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장이나 작업장처럼 물리적으로 실제 우리 산업보건학의 연구대상인, 일하는 노동현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의 현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의 현장을 말씀하셨는데, 학회가 직접 현실 문제에 뛰어들기도 한다는 의미인지요.
“그렇습니다. 산업보건과 관련된 사회문제와 국가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우리 학회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산재나 직업병 문제가 나타나면 이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도록 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학회가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회는 직업병을 예방하고 제대로 보상할 수 있는 법령이나 제도를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희 학회가 이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학회를 이끌어 오면서 어떻게 학회의 체계를 확립하고 발전시켜오셨나요?
“산업보건학회가 학회 사무실을 갖고 상근직원을 채용한 것은 불과 4년 전에 박동욱 전임회장 때의 일입니다. 그 전까지 여러 회장님과 회원들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본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이나 산업보건이 아무래도 등한시 되는 분야다 보니, 역사에 비해 학회 발전 속도는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여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일단 학회를 키우자는데 회원들이 모두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내부 체계부터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관도 새로 고치고 회원관리도 강화하고요. 외부적으로는 학술대회부터 혁신했습니다.”

동계학술대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
-학술대회를 혁신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학회의 꽃인 학술대회를 혁신하기 위해 예전에는 하루정도 했던 학술대회를 2박 3일로 대폭 늘리고, 프로그램은 그보다 더 확대했습니다.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제공해서 회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기획했죠. 점심시간에도 점심특강을 마련하고 참가자들에게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등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최대한 풍성하고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재원마련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혹시 사회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시는 것이 기업의 협찬과도 관련이 있진 않으신지요.
“네, 관계가 있습니다. 서로 충돌하는 상충관계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학회장이 되자마자 기업후원을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줄였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끊다시피 했습니다.
사실, 학회 회장이 되면 가장 큰 부담이 재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제가 학회장을 하면서 기업협찬을 대폭 줄이거나 끊은 것은 3가지 이유였습니다. 첫째, 학회는 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회의 현실참여는 비판과 견제를 전제로 합니다. 비판과 견제기능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때만 가능하므로 기업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학술대회 전시부스 설치료, 학술대회지 광고게재료, 학회를 통한 연구과제 수행시의 관리비 등 정당한 수입이외의 기업협찬은 최소화시켰습니다. 둘째는 역설적으로 들리시겠지만 기업과 협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업이 학회에 협조하고 싶다면 돈을 줄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서 일하는 보건관리자가 학회 회원으로 가입하고, 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이제는 회원들의 회비로 사무국을 운영하고, 학술대회 참가비만으로 학술대회를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학회,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참가비로 개최되는 학회를 만들고 싶었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원칙이 오히려 학회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산업위생학회와 MOU 체결
-지난달 진행된 동계 학술대회는 어떤 주제와 내용으로 진행됐는지요. 또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시는지요.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개최된 동계 학술대회에 650명이 등록을 했고, 해외에서도 호주 대만 중국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등 9개국에서 16명이 참가했습니다. 일단 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했기 때문에 양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을 했습니다. 질적으로도 내용이 좋았다는 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총 5개의 특별세션 주제발표가 있었고, 3개의 점심특강, 20개의 초청발표, 그리고 회원들의 학술연구 성과로 33개의 구두발표와 72개의 포스터발표가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지난해 1월,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3차 하청공장에서 일하던 파견노동자 6명이 메탄올에 노출돼 실명 등 치명적인 직업병에 노출된 사건과 관련된 특별세션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의 필요성과 추진방안’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해 큰 반향을 얻은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이 분야 세계 3대 학회의 하나인 호주산업위생학회(AIOH)와 상호 회원에게 동등하게 회원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국제산업위생학회장 취임
-올해 국제산업위생학회의 회장으로 취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소감과 함께 앞으로 국제산업위생학회의 활동계획에 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금년 1월 1일 국제산업위생학회(IOHA)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영광스럽고, 우리 학회 대표로서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모두 훌륭하신 선배님과 회원여러분께서 성원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산업위생학회 회장으로서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산업위생 사업과 지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개발도상국에서 산업위생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제적으로 산업위생부문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체계화하는데 있어 기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임기중 두가지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20년 국제산업위생학회 학술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대회가 주는 의의와 효과는 무엇입니까?
“2020년이면 우리 학회가 발족한 지 만 30년이 되는데, 마침 우리나라가 국제산업위생학회 학술대회를 유치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국제학회를 유치했다는 것은 우선 우리 학회가 그만한 역량과 수준이 됐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며, 그것에 1차적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유치경쟁에는 호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쟁쟁한 국가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학회는 안전보건공단과 같은 공적 조직의 지원없이 오로지 학회, 그리고 개최지인 대구시와 협조하에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같은 사실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저희 학회가 30주년이 되는 2020년이면 저와 같은 2세대 그룹이 일선에서 서서히 퇴진을 하고 새로운 세대가 학회를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이번 2020년 국제학회를 계기로 다음 세대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와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회장님의 소신과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또 학회 회원들에게도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안전에 한정된 것은 아니고 제 소신은 ‘비굴하게 살지 말자’는 것이고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늘 갑으로 살자’입니다(웃음). 즉 ‘내 분야에 최선을 다하며 당당히 살자’는 뜻입니다. 안전보건과 관련해서는 ‘원칙대로 하자’입니다.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학회도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회 회원들과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이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