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 및 여성 일·가정 양립 사업 확대에 주력

노사발전재단은 노사관계 의제를 분배 중심에서 고용 및 인적자원개발 중심으로 변화함과 더불어 노사간의 상호 신뢰와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지난 2007년 노사정합의로 발족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지난 엄현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생애설계프로그램 도입 및 일자리 지원사업을 확대한 것에 큰 의미를 두며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일·가정 양립 지원서비스를 도모해 나가는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본지 발행인 이선과 사장님과 대담을 하고 있는 엄현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 노사발전재단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곳인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독자들을 위해 노사발전재단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노사발전재단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확산시켜 나가고자 지난 2007년 노사정 합의로 발족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설립초기에는 주로 노사파트너십을 위한 교육에 주력했지만, ‘노사발전재단’과 ‘노사공동전직지원센터’, ‘국제노동협력원’ 등 3개 기관이 통합된 2011년부터는 ‘고용’은 물론 ‘일터혁신’, ‘국제노동’ 분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중장년층의 재취업 문제와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요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지금 중장년층의 경력관리와 재취업 지원, 다양한 유연근무제 확산을 위한 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장년 노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소회와 더불어 지난 기간 추진한 정책에 대한 자평을 부탁드립니다.

▲ 2016 사업보고회

“제가 부임할 당시 우리 기관은 이전 3개 기관이 물리적으로 합쳐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정체성 확립과 조직통합이라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부임 후 가장 먼저 ‘신뢰받는 고용노동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노사정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선포식을 통해 우리 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공표하여 대내외 실행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접점이 맞지 않는 국제 업무와 국내 노사업무를 분리하고, 일터혁신 컨설팅을 확대·개편하여 우리 재단의 성장 기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중장년 일자리 지원사업을 기업 단위 서비스로 확대하고, 재직근로자의 생애설계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 고령사회로 갈수록 중장년 재취업 문제는 더욱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중장년 재취업 문제가 올바르게 개선되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장년이 퇴직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퇴직하기 때문에 재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거나 질 낮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중장년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퇴직 전에 미리 일에 대한 고찰과 이에 바탕을 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생애경력설계는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하기보다 한창 일할 나이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능하다면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의무적으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제도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일정 연령 이상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은 회사생활과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이나 노조에서는 아직까지 전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러나 근로자라면 언젠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퇴직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애경력설계를 포함한 전직지원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전직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노사협의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현재 노사발전재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장년나침반제도가 중장년층 노후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장년나침반제도가 어떠한 제도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장년나침반제도란 쉽게 말해서 건강검진 받듯이 직업상의 검진을 받자는 것으로, 중장년 근로자가 지금까지 해왔던 경력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재설계 해보는 것입니다. 즉, 직업상의 건강검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력설계뿐 아니라 건강·자산·여가·소통 등 중장년의 노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50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은 올해 대상자를 만 45세 이상으로 확대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현재까지 2만여 명이 참여했는데, 실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을 개발하여 재취업에 성공하거나 창업 등의 인생설계를 계획한 사례를 모아 사례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중장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새로 직업훈련을 받아도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쉬운 직무가 드물기에 재직중 인적네트워크, 경험과 지식, 노하우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재취업에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길입니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의 선두 기관인 우리 재단이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인생설계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함은 물론 나아가 장년고용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 등을 마련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여성 위한 일·가정 양립사업 적극 추진
- 저출산·고령화 시대 정부는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일·가정 양립을 핵심 개혁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최근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은데, 동시에 유연근무제에 따른 직무부적합 및 업무 연속성 단절, 사회적 인식 개선 문제 등이 새로운 과제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우리 재단은 일·가정양립과 고용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2016년 ‘일문화개선팀’을 만들어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사발전재단은 컨설팅 지원을 통해 일·가정양립의 문제가 인식개선을 넘어 기업에 실질적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결혼을 이유로 여직원의 퇴직을 강요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금복주에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 컨설팅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이에 해당 기업에서는 남녀불평등 인사규정을 정비하고 대졸여성 2명을 신규 채용하는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모성보호 취약업종으로 지적받은 병원업종의 모성보호 관련 실태를 조사하고, 병원업종 여성인력활용 및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국장,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산업안전분야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이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실정인데 우리나라 안전보건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요.
“사실 우리나라 재해예방에 대한 산업안전의 수준은 부끄러울 정도로 미흡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산업안전 후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원·하청 문제를 제대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최근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고 발생지가 하청 업체입니다. 하청업체의 사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선진국형 산업으로 가기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청 업체의 작업에서 위험한 부분은 모두 하청 업체로 떠넘겨지고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도 강구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원청업체는 위험 업무를 하청 업체에게 주더라도 산업안전보건의 문제는 원청 업체에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원하청 업체간 안전보호 문제의 법적인 정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일 것입니다.”

“안전보건과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전환이 관건”

▲ 노사파트너십 협정체결

- 산업현장에서 사용자, 노동조합 모두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가 바로 ‘안전’임에도 아직까지 ‘안전’분야가 도외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용자와 노조가 ‘안전’과 관련해 향후 어떤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안전보건의 문제가 개인이나 근로자의 부주의나 부적응 등 개인적 차원의 책임으로 진단될 경우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하려면 시스템이 새롭게 정비돼야 합니다. 그래서 위험성 평가 시스템이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기업에도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 지원 사용자도 안전보건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노동조합이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노사교섭의 중요사안으로 삼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현재 노동조합에서는 임금협상이나 근로조건만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고 안전보건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실질적인 작업은 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덜한 부분도 있고요. 모든 근로자가 재해가 나한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의 개선과 더불어 정부가 재해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노동시장 위기 극복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진행하면서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 간의 갈등도 심각합니다. 우리 나라의 노사가 상생도 중요하고 협력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부분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고용친화적 노사관계입니다.
다가올 미래의 노동시장은 필연적으로 능력과 성과가 중시되는 인적자원 관리체계가 정착되고, 이를 뒷받침 하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런 과정이 차곡차곡 쌓이면 극심한 대립을 겪어왔던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상생과 협력의 관계로 재편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상생의 노사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노사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담= 이선자 발행인>
<정리= 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