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불어오는 바람결에도 온화한 봄기운이 묻어난다.
지난달 20일 찾아간 두산건설 판교복합개발현장(현장소장 육경남)은 성큼 다가온 봄처럼, 포근한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내·외부 마감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현장 전반의 상황은 차분한 편이지만, 공사현장이 이토록 평화로울 수 있을까.
이는 현장 구성원 간의 소통은 물론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 활동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알파돔시티’는 판교역세권 중심상업용지에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합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다. 판교신도시의 심장부인 13만7천501㎡ 부지에 연면적 2만9천557㎡ 규모로 아파트, 호텔,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다. LH를 비롯해 14개사가 출자했다.
이 가운데 두산건설이 짓고 있는 주상복합 C2-2블럭은 지하 2층~지상 19층 417세대 규모의 아파트 5개동과 지하 3층~지상 13층 규모의 오피스 1개동으로, 3월 중순 현재 공정율 74%의 공사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정리정돈, 안전·품질의 기본
반듯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현장과 안전 통로를 따라 이동하는 근로자의 모습. 한 쪽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공도구들. 이곳에서는 흔한 쓰레기 하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깔끔하다.
이처럼 정리 정돈된 현장의 분위기는 육경남 현장소장의 안전경영으로부터 기인한다. 안전과 품질의 기본은 바로, 현장의 정리정돈에서부터 자라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는 정리정돈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모든 작업 후에는 근로자 스스로 정리정돈을 하고, 두산건설 직원들에게는 각자의 구역을 배정해 관심과 책임을 갖도록 했습니다. 작은 도구 하나라도 아무 곳에나 방치한다면, 어느 순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촘촘한 안전관리로 잠재 위험요인 제거
건설현장은 시시각각으로 작업조건이 변하고 작업위치도 수시로 바뀌기에 각종 잠재위험 요인이 반복돼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잠재위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이곳 현장에서는 매일 ‘9to5’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협력업체 소장들과 함께 오전 9시에 현장을 점검하고, 점검 중 발굴된 위험요인은 일과 중에 시정한다. 그리고 오후 5시에 해당 사항에 관한 확인·미팅 점검을 진행함으로써 안전의 방점을 찍는다. 위험요인, 재해형태, 위험등급, 재해예방 및 개선대책, 지시사항 등을 ‘9to5 안전점검표’에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재차 확인한다.
이와 함께 관리감독자가 일일 안전관리자가 되어 현장 내 고위험 작업사항을 파악, 시정 조치함으로써 해당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EHS 일일안전점검’ 활동도 실시하고 있으며, 밀폐공간 작업이나 고속작업대 작업 시 사전 작업계획서를 제출해 안전조치를 사전에 계획하고 이행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2진 아웃제’ 역시 현장 안전관리 활동의 주요 포인트다.
“전 직원이 안전감시단이 되어 위험사항을 지적하고 개선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체 제작한 스티커 형태의 경고장을 위험강도나 빈도, 정도 등을 고려해 발부하는 등 지도, 경고, 퇴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퇴출 2회 이상인 경우 작업이 중단되며, 작업 중단이 2회 이상 발생한 업체는 본사 보고를 통해 업체 계약 변경 조치까지 이뤄지고 있다.
 

협력사 소장단 모임 ‘두알회’, 자율안전관리 이끌어
특히 이곳은 협력업체 소장 모임인 ‘두알회’를 중심으로 자율안전관리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두알회’는 두산건설 알파돔 소장단 모임을 의미한다.
두알회는 특히 매월 안전, 환경, 보건 활동을 자발적으로 시행하며 현장의 안전, 환경 개선에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시공사 두산건설과 협력사의 원활한 업무의 통로 역할도 맡고 있다.
“우리 현장은 직원들과 근로자들 사이에 유대감이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안전관리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현장의 안전을 이끄는 등 강요나 지시가 아닌 근로자와 함께 안전을 실천한다는 마음을 가질 때 재해 없는 안전한 현장이 조성됩니다.”

근로자 존중이 현장의 안전 다져
봄이 되면 따뜻하고 기름진 토양에서 새싹이 나듯 근로자 안전의지는 현장 안전의 탄탄한 기반이 된다. 이에 이곳 현장은 근로자 안전의지 확보를 위해 근로자에게 존중과 애정을 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감성안전 활동으로 근로자 마음 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나 화채 등을 수시 제공하며, 겨울에는 핫팩을 손에 쥐어주고 귀마개를 일일이 지급한다. 또한 정월대보름에는 부름을, 11월 11일에는 빼빼로 등을 전달하기도 한다.
“내게 관심을 기울이는 현장, 나를 존중하는 현장이라면 자연스레 내 일터에 애정과 책임을 갖게 됩니다. 근로자들도 존중받는 만큼 스스로를 아끼게 되죠. 일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스스로 안전하고자 노력하는 겁니다.”
준공 시까지 안전사고 0, 무재해 2배 목표 달성을 일궈 안전에 관한한 우수현장으로 남고 싶다는 두산건설 판교복합개발현장 사람들. 누구 한 사람 소홀함 없이 안전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에, 그들의 바람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미니인터뷰 - 육경남 현장소장

"사람에 대한 관심이
안전의 기본입니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건설현장의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두산건설 판교복합개발현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육경남 현장소장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평소 ‘우리는 한 가족’임을 강조한다.
“두산건설 직원이나 협력사 직원이나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같은 곳에서 밥을 먹기에 한 가족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이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전 직원이 안전관리에 참여해 현장의 안전을 책임진다면, 무재해 달성은 물론 업무에 대한 만족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육경남 현장소장은 이러한 안전가치관에 힘입어 근로자를 향한 존중과 관심의 중요성을 아끼지 않는다. 반듯한 안전현장 속에 존중받는 근로자는 현장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키워가고, 이러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근로자는 자신은 물론 동료의 안전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당사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불안전행동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안전시설의 불안전한 요소는 비용이나 인력 추가 등을 통해 개선되지만, 불안전한 행동에 대해서는 ‘관심’이 우선시 되어져야 막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육경남 현장소장은 지난 1991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24년째 재직 중이다. 그간 서울 월곡두산위브, 청주 지웰시티, 서울 잠실 시영아파트, 신영빌딩, 윈드스톤 오피스텔, 음주문화센터 등 전국을 다니며 땀과 열정, 애정을 쏟았다.
평소 직원들에게 ‘체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육경남 현장소장은 입사 후 10여 년 정도까지는 현장에서 궂은일이나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경험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렇기에 직원들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준공 후에는 꼭 딸이나 아들을 시집, 장가보내는 심정”이라며 건설현장에서의 업무는 어려움도 많지만 성취감과 보람은 두 배로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양미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