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양미란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오전 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이 모씨가 인화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불을 붙였다고 한다. 특히 입주민의 폭언으로 인해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라는 주변 경비원들의 증언이 알려지면서 이 씨와 같은 ‘감정노동자’의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감정노동자’란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인 서비스업 종사자를 말한다. 다수의 고객에게 친절과 상냥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 승무원, 마트나 백화점 판매원, 콜 센터 직원, 골프장 캐디, 경비원,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경찰, 간호사 등 감정노동자의 직업군 또한 다양하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감정노동자가 대략 560만~7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임금근로자(1천829만명)의 30~40%로 적지 않은 수치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노동환경연구소의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감정노동자의 48.9%가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0.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4%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감정노동자들은 이렇게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정신적 스트레스 예방조치가 권고사항으로만 규정돼 있고 과잉 친절만 요구하고 직원의 치유에는 관심이 없는 기업들도 많다. 무엇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고객들의 인식도 변해야 할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농담처럼 내지는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감정노동자들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사회 구성원들 서로가 존중해야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