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훈 안전보건공단 건설재해예방실 실장 / 공학박사·기술사

건설안전의 시작은 ‘가설공사안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구조물을 축조하기 위해서는 가설공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가설공사는 본 구조물 건설공사의 안전성, 작업성, 경제성 및 품질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 본 구조물뿐만 아니라 가설공사도 계획부터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함에도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는 가설공사에 대해서는 설계단계에서 검토되지 않고, 건설공사 중 설계 및 시공되는 사례가 많아, 치밀한 사전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거푸집동바리 및 흙막이 가시설 붕괴 등 가설공사 중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가설공사 붕괴사고 사례>
· 2014.  6. 9(월) OO소하천 수해복구공사현장 거푸집동바리 붕괴(사망 1명, 부상 3명)
· 2013. 12. 19(목) OO대교 연결도로건설공사현장 브라켓형동바리 붕괴(사망 4명)
· 2012.  6. 12(화) OO오피스텔신축공사현장 흙막이가시설 붕괴(사망 1명)

이러한 건설현장의 대형사고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안전성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 확보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건설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는 시공단계에서만 활발히 수행되어 왔으며, 건설공사 주체 중 시공사에게 대부분의 안전관리 역할이 부여되어 왔다.
설계단계(또는 발주단계)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주자의 안전 확보에 대한 의지뿐만 아니라 발주자의 안전책임과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영국은 1994년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규정과 이의 실행지침인 ACoP(The Approved Code of Practice)의 제정을 통해 시공자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건설사업 전반에 걸쳐 모든 주체가 상호 협력하는 Total Safety Management(총체적 안전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타 국가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안전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총체적 안전관리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할 필요가 있다.

총체적 안전관리로의 전환은 발주자 및 설계자에게 부여될 새로운 안전책임과 역할, 건설사업 초기단계부터 시작되는 안전관리업무, 설계단계 안전 위험성 평가방법으로 구성되는 안전관리 프로그램의 추가가 필요하다.(Hinze et al. 1992, Gambateses et al. 2001, Behm 2005)
하지만 새로운 안전책임과 역할, 안전관리업무는 영국과 같이 오랜 기간 건설사업 참여자의 의견수렴과 동의를 거쳐야만 국내 도입이 가능하리라 판단된다.
2014년 6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산업재해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의무 부담자에 현행 설계자·건설자 외에 발주자를 포함토록 해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토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설계단계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계자의 설계서 작성 시 안전설계규정을 충분히 반영하고, 발주자의 기술·설계심의 시에는 구조안전성 및 과거 재해사례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 후 그 결과를 설계도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건설공사의 설계단계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건설공사 설계기준’ 중 가설공사 및 신공법 도입에 따른 안전관련 설계기준의 신속한 제·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발주자의 설계자문위원회에 건설안전전문가(안전분야 대학교수, 산업안전지도사(건설안전분야), 건설안전기술사, 토목·건축 구조기술사 등)가 참여하여 설계서(안)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위험요인에 대한 위험성 평가 및 안전설계기준을 통해 설계도서(설계서, 설계도, 시방서 등)에 반영하도록 하고, 설계도면 및 도급내역서 등에 구체적으로 표기하도록 한다.
셋째, 발주자는 설계기준이 시공 중 현장 실정에 맞지 않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전문가의 검토절차를 거쳐 안전한 방법으로 설계 변경하여 안전시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일부 공공발주기관에서는 설계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용역에서 설계 안전성 검토절차를 반영하는 방안과 사전 설계 안전성 검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 분야의 외부 자문위원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또는 적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모든 건설공사에서 설계단계부터 철저한 안전성 검토를 통해 설계도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토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고, 시공단계에서는 설계도서에 따라 정확히 시공하되, 시공 중 예상치 못한 위험성을 발견한 경우 시공사에서 실시한 전문가 검토결과에 따라 안전한 공법으로 설계변경을 통해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단계까지 건설공사 전 단계에 걸쳐 철저한 안전관리토록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등 건설공사 전 과정에 걸친 다양한 참여주체들의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