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섭 총괄본부장 (사)중앙안전보건협회 총괄본부·시인

- 탈진스트레스와 복원력 -

우리의 일상생활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잠재적 리스크에 도처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피로사회, 불안정한 위험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압축성장의 복합후유증으로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어처구니없는 해상사고를 발생시켰다. 빨리 빨리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물이다.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로 항해하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서남해 진도 맹골수도를 통과하면서 침몰한 대형 사고다. 사고의 원인과 전반적인 사항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본고에서는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로 인한 부모, 친구, 동료를 잃은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공황, 패닉 상태로부터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1. 사고의 발생(Trigger of event)
사고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일단 사건의 상황이 접촉되면 방아쇠(Trigger)는 당겨지고 사건은 발생하게 된다. 사고에서 방아쇠가 당겨지기 전 예방활동과 당겨진 이후 사고의 수습, 대처로 나누어 준비와 수습을 하게 된다.
사고가 발생되면 일단 일상생활의 안정된 심리리듬은 깊은 물속에 빠지게 되고 회복까지는 일정기간 동안 시간이 소요된다.
초기단계 해야 할 일은 얼마나 깊이 빠졌는가?(크기/중대성), 회복시간, 복구시간은 얼마나 필요할까?(소요기간), 회복가능성은 일시적, 장기지속 될 것인가?(지속성) 등이다. 초기 예측과 예지력은 상황 전개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또한, 단기적 수습으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습 후 경제적 보상을 고려한다. 장기적 대책은 법령체계,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2. 자식/가족/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냈다는 죄책, 고통, 아픔
이번 사고에서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단체학생들이 희생자(사망자, 실종자)의 대부분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경우 한국인의 정서로는 자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다는 것은 배우자를 먼저 잃은 고통보다 더욱 깊은 충격(Shock)일 것이다. 이들 부모, 유가족의 탈진 엔트로피(스트레스)와 고위험 수준(high trauma)의 정신적 치유, 원상 회복력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라 판단된다.
그 현장에서 구출된 학생들의 경우 사고현장에서 탈출한 상황에 대한 부정적 현상에 사로잡혀 트라우마(PTSD ;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공황장애)가 반복되어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어 나타나게 된다.

3. 심리적 복원력(Resilience Power)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1) 범정부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깊이 빠져버린 상태에서 마음의 상처를 손잡아 주지 않으면 스스로 빠져 나오기란 여간 어렵다. 피해자에 대한 트라우마 노출 수준 파악과 위험 수준 분류, 전문기관 및 전문가 전담(집단)상담, 모니터링체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련 책임자는 비난과 거부에도 책무를 이행하고자하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고 실행해야 한다. 전문기관이나 단체, 사회단체와 협력, 지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2) 트라우마 노출 피해자는 초기진단과 회복이 필수다.
피해에 노출된 학생, 학부모, 유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측정, 진단을 실시하고 회복상담을 한다. 고통, 괴로움, 죽음, 허무 등 부정적인 생각과 상상을 털어버리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마음의 명상, 기도를 통한 긍정적 모습을 그려보는 습관을 들인다.
잃어버린 친구, 식구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의지를 갖는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콘크리트덩어리에 눌린 아가씨가 “아저씨, 저 좀 살려 주세요” 그 때 트라우마를 회복 없이 안고 지내온 분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초기 진단과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었다.
3) 국민적 트라우마로 부터 심리적 자유를 회복해야 한다.
TV보도 방송, SNS전파 등 우울과 슬픔, 부정적 요인은 격리 시키고, 살아 남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아픔을 개선, 발전의 동기로 전환하는 이미지 훈련을 한다. 정신치유, 심리치유, 상담을 통해 증상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받고 대응한다.

4. PTSD전이(Transference) 극복에 대한 소견
슬픔과 아픔, 마음의 상처에 대한 몰입을 줄여간다. 우울심리,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낸다.
또한 마음을 열어주는 친한 친구, 지인과 털어놓는 대화를 나눈다. 지나친 나쁜 감정이입을 줄이고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와 명상을 지속한다. 지금의 나의 존재를 찾는다. 경험한 공포와 불안을 비우고 긍정의 자기최면과 의지력을 굳힌다. 낮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위로의 글 한편을 소개한다.


진홍가슴 새 이야기

태초에,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을 지으시고 동·식물을 지으실 때 저녁 무렵이 되어서 깊은 생각에 잠긴 후
잿빛 털을 가진 조그만 새 한 마리를 만드셨는데
그를 ‘진홍가슴 새’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그는 하나님께 여쭈었다.
저는 온통 잿빛 털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하여
‘진홍가슴 새’라고 이름을 붙여 주셨습니까?
그러자 하나님께서 말씀 하셨다.
네가 참 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될 때
그 이름에 맞는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진홍가슴 새‘의 둥지 근처 언덕에 십자가가 세워졌고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십자가에 매달렸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보던 ‘진홍가슴 새‘는 그 사람이 얼마나 불쌍하게 보이던지 그 십자가에 달린 사람에게로 날아갔다.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그 사람의 이마에 가시관이 씌어져 있는데 그 가시가 박힌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

새는 가엾은 그의 이마로 날아가서 자신의 부리로
그 사람의 이마에서 가시를 하나씩 하나 씩 뽑아내기 시작했다. 가시가 뽑힐 때마다 피가 솟아 나와서 이 작은 새는 온통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이 새는 지칠 때까지 그 가시들을 뽑았지만
결국 그 사람은 안타깝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데 자기 몸에 묻은 피가 도무지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목덜미와 가슴에도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았으며
더욱 이상한 것은 이 새가 낳은 새끼들마다 모두 목덜미와 가슴에 선명한 진홍빛을 가진 털이 생긴 채 태어나는 것이었다.

진홍가슴 새는 자신의 이름이 진홍가슴 새.
왜 일까 새삼 깨닫게 되었다.
- 참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일에 대하여 -

추신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라게를뢰프가 쓴 진홍가슴 새라는 동화를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