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선자 발행인

LG화학, 대림산업, 삼성전자, 현대제철.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 타이틀 자체로 삼척동자도 알만한 기업들이다. 안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또 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중 대형 화학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이다.
굳이 안전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만한 상식이 있다. 안전사각지대라는 말과 이 안전사각지대의 주요 대상이 대기업보다는 주로 소기업이나 소규모 건설현장이라는 사실. 그런데 앞서 열거된 기업은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서 대형 화학물질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어떤 기업은 수차에 걸쳐 동일 유사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의 희생양이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며, 원청인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80년대 후반, 어느 탈옥수가 당시 사회 현상을 빗대어 던지며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유행했던 말이 있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없는 자는 자그마한 죄라도 죗값을 혹독히 치르는 반면 재벌, 대기업 총수 등 있는 자는 더 큰 죄를 짓더라도 감옥에 가지 않거나 가벼운 형량을 받는 세태를 꼬집은 말이다.
안전분야는 어떨까? 대기업은 위험한 일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대기업 사업장에서 산재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 안전판 유전무재(有錢無災), 무전유재(無錢有災)가 아닐까?
열거된 기업처럼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총수가 만약 자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구속되고 감옥에 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확행’된다면 대기업, 또는 대기업과 협력사간 안전보건은 지금보다 괄목상대하게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처럼 강력하면서도 당연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못하고 소극적이 되는 것일까? 안타까울 뿐이다.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휴대폰 문자’ 등으로 안전의식을 고취시킨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 화학사고 대책’을 접한 오늘, 최소한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