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항 철 공인노무사

A현장 사무실, 어느 날 현장 일용직원 몇몇이 얼마 전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왔다면서 그동안의 연장근로수당 및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에 A현장 관리부장은 애초에 일용직들이 처음 현장에 출근할 때 일당에 연장 근로수당 등 법정 제수당이 모두 포함되었다고 설명하지 않았냐고 반문했지만, 근로계약서나 임금대장, 급여명세서에는 이 모든 것이 일당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묶여 기재된 상태였습니다.
A회사는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 제수당을 다시 지급해야 할까요?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계산의 편의상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일정액을 법정 제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다수).

이렇듯 월급여액 또는 일당에 법정 제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서상 미리 예정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시간 또는 그에 따라 계산된 임금 및 수당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임금대장에도 제수당 항목을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등으로 분리하여 명시하여 향후 예상되는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위 A회사의 사례에서 보면, 현장 공사업무의 특성상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근무형태가 미리 예정되어 있어 일용직 입사시 관리부장이 1일 8시간 또는 1주 40시간이 넘는 시간외 근로에 대한 수당이 일당에 모두 포함된 것으로 설명하였다고는 하지만, 막상 근로계약서나 임금대장 등 서류상으로는 일당 00만원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시간외근로수당을 포함하여 계약하였다는 입증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다른 입증근거가 없는 이상 포괄임금제 계약이 유효하게 맺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A회사는 결국 시간외근로수당을 일당과는 별도로 계산하여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물론 시간외근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에 한함). 근로계약 당시 말로 하는 것이 아닌 서면으로 포괄임금계약 내용을 남겨 놓았다면 이러한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편, 연차휴가수당은 어떨까요? 일용직이라 하더라도, 1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하는 초단시간근로자가 아닌 이상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가 일정 요건에 따라 발생합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이러한 연차휴가를 1년간 모두 사용하지 못한 경우 비로소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연차휴가를 모두 부여하기 어렵고 차후 별도로 연차휴가수당을 산정하기도 번거로워 일당이나 월급여에 연차휴가수당을 미리 산입하여 매월 지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합니다. 이것은 유효할까요?

일정 조건하에서 가능합니다.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미사용 연차유급휴가보상금을 월급여나 일당 속에 포함하여 미리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자칫 근로자에게 보장된 연차휴가사용권을 미리 매수하여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데 악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판례나 행정해석은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한 이후에도 해당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우에만 그러한 포괄임금제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며, 다만 휴가 사용시 기지급된 연차휴가수당은 해당부분만큼 차감하여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면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근로기준과-7485, 2004.10.19. 등 다수).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은 사용자가 그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법률상 요구되는 요건에 맞게 잘만 활용한다면 근로계약 당사자간 임금 계산 및 지급의 편의를 가져다주는 편리한 제도인 만큼, 각종 수당 항목 및 그 계산방법 또는 금액을 근로계약서와 임금대장상에 명기하고 이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없애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