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숭실대 교수

시작은 독일 남부의 로맨틱 가도(街道)와 고성(古城) 가도였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여기 여행에 대한 꿈을 꾸어왔던 터여서 지난해 겨울방학 때 계획을 짰다. 우선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독일 남부 자동차 여행에 관한 내용을 찾았더니 1주일 내외로 주로 중세풍의 건물이 남아있는 도시나 고성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이 중 중세풍 도시인 이른바 로맨틱 가도 도시는 이번에 다녀온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로텐부르크(Rothenburg), 딩켈스뷜(Dinkelsbühl), 뇌르틀링겐(Nördlingen) 등이며 이번 여행에서는 다녀보지 못했지만,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배경이 된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프레스코 장식이 유명한 오베람메르가우(Oberammergau, 오버아머가우로 오기한 사이트가 많음), 신성로마제국 건축물이 많은 뉘른베르크(Nürnberg), 독일의 수상도시인 밤베르크(Bamberg) 등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였다. 고성 가도 도시로는 디즈니월드가 본따서 만들었다는 노이슈반스타인(Neuschwanstein) 성이 있는 퓌센(Füssen),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한 린더호프(Linderhof) 궁전, 독일을 통일한 가문의 발상지인 호엔촐레른 성(Burg Hohenzollern) 등이 있었으며 이 중 퓌센(Füssen)을 일정에 포함하였다. 소금 광산으로 유명하며 히틀러의 별장이 있었다던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과 쾨니히스 호수(Königssee) 또한 가보고 싶었으나 이번 여행에서 놓친 풍광이다. 
자동차로 여행한다는 가정하에서 동선을 짜고 여행시간도 무리하지 않게 조정하였다. 하루에 평균 250km 내외를 운전하도록 했으며 도시와 자연을 적절하게 여행하도록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좋았다. 자연풍광은 알프스 전체를 보고 싶었으나 이 역시 동선 관계상 독일,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알프스만 둘러보았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슬로베니아의 알프스를 다녀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남긴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짜 봤더니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이를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쉬워서 고교 동기, 대학교 동기, 그리고 대학 동문회 등산 단톡방에 말 그대로 ‘그냥’ 공유했다. 먼저 등산회의 선배님이 관심을 보이셨고 다음은 친한 고등학교 동기가 연락을 해왔다. 이를 계기로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보기로 하고 구글맵을 통하여 도시 간의 이동시간, 숙소 등에 대하여 알아봤다. 고교 동기 두 명과 여행에 대한 얘기가 무르익어 6월 방학하자마자 출발하는 일정으로 정했으며 이 중 한 친구는 부인과 같이 가기로 했다. 

6월 중순 인천을 출발하여 프랑크푸르트 도착 후 다음날부터 하루 반을 로맨틱 가도의 도시 4곳(뷔르츠부르크 → 로텐부르크 → 딩켈스뷜 → 뇌르틀링겐)을 봤는데 첫날의 세 번째 도시인 딩켈스뷜에서는 앞의 두 도시만큼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던 점으로 미루어 중세풍의 도시를 더 포함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4일은 자연풍광과 호수(노이슈반스타인 성 → 추크슈피체 봉 → 파두츠 → 융프라우 봉(인터라켄) → 코모 호수) 등 자연을 여행하였고 그 다음 하루를 밀라노에서 보냈다. 다음 사흘 반을 이탈리아 알프스를 관람하였는데 단연 이 여행의 백미였다. 모두 하여 열흘 일정이었는데 여행 앞뒤로 하루씩은 각각 현지 도착과 여행 준비 및 여정 마무리와 귀국 준비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가고 싶은 곳 등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과 짐을 비교적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나, 단점으로는 비록 교대로 한다고는 하나 운전을 해야하는 부담과 곳곳의 주차요금 등이 문제가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가급적 시 외곽이나 관광지 부근의 작은 도시에 숙소를 잡았고 친구 내외가 준비한 볶은 김치, 참치, 김, 깻잎, 그리고 햇반과 컵라면 등으로 간간히 끼니를 때우며 경비 절약과 함께 색다른 여행의 묘미도 느꼈다. 
특히 독일 최고봉(2,962m)에서 마셨던 맥주, 리히텐슈타인 언덕에서의 풍광, 볼차노 인근 언덕과 포도밭 풍광, 그리고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거닌 세체다(Seceda),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라가주오이(Lagazuoi), 친퀘 토리(Cimque Torri)의 다섯 개 바위 등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 익어가는 8일 차인 볼차노에서는 현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다가 인근 자연에서 돼지목살 구이로 저녁을 먹고 식후엔 수박을 잘라 즐긴 것 또한 매우 색다른 추억이었다. 고기는 7유로였는데 4명이 너무 맛있게, 실컷 먹은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또한 볼차노에서 2026년 동계올림픽 공동 개최지인 코르티나 담페초까지의 알프스 풍광은, 어디 하나라고 짚어 말하기에는 너무 아쉬울 정도로 곳곳이 절경이어서 여러 곳에서 차를 멈추고 절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었다. 감동을 굳이 표현하자면 독일 알프스(추크슈피체, Zugspitze) < 리히텐슈타인 알프스(바르겔라사텔, Bärgällasattel) < 스위스 알프스(융프라우 봉, Jungfraujoch) << 이탈리아 알프스(돌로미티, Dolomiti) 순으로 갈수록 감동이 컸다.

P.S 
이번 여행의 성격을 굳이 정의하자면 상품화된 패키지 관광과 맞춤형 트레킹 여행의 중간쯤 된다고 본다. 유사 트레킹 상품이 가이드 비용 포함 800만 원임을 고려하면 우리는 350만원(항공료 110만원, 숙비 130만원, 입장료, 유류비 포함 식비 등 공동경비 70만원, 렌탈 40만원) 내외로 가성비 좋게 다녀온 셈이며 이 중에서도 절약할 수 있었던 비용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묘미가 있던 여행이었고, 덤으로 친구들과의 우정 또한 깊어졌다. 경비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연재 마무리인 12번째에 기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