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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컬러 트래블<6>평균값과 표준화의 종말 그리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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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7.27  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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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로 붉은 태양이 노을의 후광과 함께 웅장한 퇴장을 할 때면 오늘도 무사히 잘 보냈다는 안식의 기분이 더해진다. 좀 더 예를 갖추어 태양을 배웅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테라스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태양이 사라진 후 실내로 들어오면 조명은 훨씬 더 밝고 환하게 느껴진다. 무대 조명이 꺼지고 객석의 조명이 켜지자마자 구경꾼 모드에서 잠시 잊혔던 자아가 생겨나는 찰나의 기분과 비슷하다. 퇴근이 조금 늦어진 날이면 차창 밖이 푸르스름하게 물들며 검은 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한다. 이때 절정에 다다른 블루는 너무 아름다워 취한다.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걸으며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핸드폰 앱으로 여러 방과 거실의 무드 등을 켜기 바쁘다. 네 마리 고양이가 거주하는 고양이 방 조명은 야행성 동물임을 고려해 조금 더 어둡게 낮춘다.

난 작은 불빛도 숙면에 방해를 받는 편이라 잠들기 전 소등을 잊지 않는다. 사실 서른이 될 무렵까지는 소등 상태에서는 무서워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불을 끄자마자 암흑으로 둘러싸인다는 사실은 매번 새삼스럽다. 잠시 지구가 태양과 등을 돌렸을 뿐인데도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니! 대체 태양은 지구와 얼마나 멀리에 있길래 등만 돌려도 빛이 도달하지 않는 걸까?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화성 이주 계획은 무모한 도전이나 쇼라기 보다 태양계 시민의 유목민적 생존 본능으로 이해되었다. 그래봤자 광활한 우주의 전지적 관점에서 보면 이웃 동네로 이동하는 수준일 테니까. 태양이 보이지 않는 동안 우주의 색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우주의 대부분을 별과 은하가 없는 빈 공간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빈 공간에는 가스, 먼지, 성운이 떠다니고 있을 뿐이라니 조금 쓸쓸하다. 가끔은 잠들기 전 천정에 LED 조명을 쏘아 오로라를 연출하기도 한다. 오로라뿐 아니라 초롱초롱한 별과  달도 띄울 수 있는 모드도 있다. 침실은 오로라의 세계적인 명소인 노르웨이의 트롬쇠보다는 따뜻하지 않은가.

천상계라고 할 수 있는 초고층 대기(지상에서 80킬로미터에서 수 백킬로미터 높이)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을 우린 오로라라고 부른다. 북극광(Aurora Borealis)으로 알려진 ‘오로라’라는 이름은 ‘새벽’이라는 의미로 ‘아루로라’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이 이름은 고대 신화에 뿌리를 두고 로마신화 속에도 등장한다. ‘아우로라’는 마차를 타고 밤하늘을 가로질러 새로운 날의 빛을 가져오는 ‘여명의 여신’이다. ‘아우로라’는 눈처럼 하얀 피부와 금발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곧 동이 트고 낮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리며 장미 향을 풍겼다.

   
 


■ 코스믹 라떼, 우주의 평균 컬러
우주에서 본 지구의 색은 파란색과 녹색이다. 지구 표면의 약 71%를 덮고 있는 바다의 파란색과 숲과 식물이 녹색이 만들어낸 조합이다. 그렇다면 지구가 속한 우주 색은 어떤 컬러일까?  
     
엉뚱한 이 질문에 답한 놀라운 사람들이 있다. 칼 글레이즈브룩(Karl Glazebrook)와 이반 볼드리(Ivan Baldry)는 천문학자로 은하와 별의 컬러를 통해 나이를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는데, 오늘날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별들이 무려 50억 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20만 개 은하에서 방출되는 빛의 스펙트럼을 측정한 후 평균화하는 연구를 했다. 130억 년 전부터 미래 70억 년까지 우주 컬러의 진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거의 우주는 훨신 더 푸른 빛이었지만, 진화한 적색 거성들이 축적되면 더욱 붉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우주론 모델에 따르면 무한히 팽창하다가 더 많은 적색 거성들이 축적되고 모든 별이 사라지고 블랙 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2001년에 우주의 평균 컬러가 그리니시 화이트(Greenish white)라고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스타벅스에서 라테를 마시던 중 영감을 얻어 코스믹 라테(Cosmic Latte)로 수정했는데, 투표를 통해 우주의 평균 컬러로 채택되었다. 코스믹 라떼의 HEX 값은 #FFF8E7라고 하니 궁금하다면 그래픽 프로그램을 열고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늘 평균주의 모델이 최상의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세기 동안 교육, 산업, 의료, 예술,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평균과 표준 시스템이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드 로즈(Todd Rose)는 평균과 표준 시스템의 함정을 연구해온 선구자다.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라는 그의 저서에 소개되었던 사례 중에서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 평균적 조종사
본격적인 항공기 시대가 도래하던 1940년대 말, 하늘을 횡단하는 것은 ‘아루로라’ 여신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미국의 공군 역시 밤낮없이 하늘을 무대로 날아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전투기의 비행 속도가 빨라지고 비행 방식이 복잡해지자 전투기 추락의 빈도가 급증했다. 수차례 조사에서 해답을 얻지 못하자 새로운 조종석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26년에도 이미 남성 조종사 수백 명의 신체 치수를 잰 뒤 조종석 규격을 표준화했고 시트의 규격과 모양, 가속 페달과 기어의 배치 거리, 앞 유리의 높이, 헬멧의 모양까지도 평균 신체 치수에 맞게 설계되었다. 1950년 오하이오주 소재의 라이트 공군기지에서는 4,063명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140가지 항목의 신체 치수를 측정한 뒤 항목별 평균 치수를 산출했다. 보다 정밀한 측정을 통해 얻어진 평균 치수는 안전한 조종석을 제공할 것이라고 모두 확신했다. 
     
하지만 한 명의 과학자만 예외였다. 길버트(S. 대니얼스Gilbert S. Daniels)은 하버드에서 신체 인류학을 전공한 신참 연구원이었지만, 인체 해부와 측정은 그에게 낯선 분야는 아니었다. 전형화(Typing)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던 분야와 시류 속에서도 그의 관심사는 조금 달랐다. 그는 개인용 제품 설계에서 평균치를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대니얼스는 4,063명의 치수를 재면서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조종석 설계에 가장 연관성이 높은 신체 치수의 10개 항목의 평균값을 냈다. 그리고 평균값과의 편차가 30퍼센트 이내인 사람을 ‘평균적 조종사’로 가정하고 ‘평균적 조종사’에 포함된 사람이 몇 명인지 조사했다. 공군 내 연구가들은 상당수 조종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평균적 조종사’는 0명. 4,063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연구를 통해 공군은 새로운 관점을 취했다. 개인을 시스템에 맞추는 방식이 아닌 개개인에게 맞춘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성을 포함해 조종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토드 로즈의 도발적인 책 제목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처럼 평균값이나 표준은 의미없는 일일까?

■ 안전모 컬러가 의미하는 것
표준은 하나의 규약으로서 작동한다. 번복과 혼돈, 혼란이 예상되는 산업현장에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안전모의 컬러를 표준화하면 근로자의 주요 임무를 쉽게 파악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사고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물론 안전모 컬러는 현장의 성격에 따라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 대체로 안전을 총괄하는 담당자의 안전모 컬러는 ‘녹색’, 소방관이나 비상 대응팀, 응급처치 요원의 안전모는 ‘빨간색’을 사용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022년 2월 ‘임무형 컬러 안전모’를 지정했다. 파란색 안전모는 상수도 공사장에서 현장을 지도감독하는 ‘감리원’, 녹색 안전모는 현장 안전을 총괄하는 ‘현장소장’, 흰색 안전모는 일반 현장 작업자로 지정했다.
     
2020년 11월 11일 현대건설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를 미착용자를 주행 로봇이 감시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주행 로봇은 미착용자를 감시하고 경고할 수 있고 안전모 컬러 식별로 공종별 작업자 수를 계수(카운트) 할 수 있다. 주행 로봇은 작업자의 머리색이 검은색으로 인식되면 안전모 미착용자로 식별해 경고음과 경고등으로 알린다.
     
1975년에 설립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이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평균과 표준에 대한 연구가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평균과 표준의 함정과 덫을 걸러낼 수 있는 인문학적 고찰까지 더한다면 세상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곳,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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