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특집
‘대한민국 안전보건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안전정보 창간20주년 기념 지상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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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6.26  15: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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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정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안전보건의 현황과 발전방안 모색 차원에서 ‘대한민국 안전보건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지상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지상좌담회는 질문에 대한 서면답변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참여자의 답변 내용을 좌담회 형식으로 가공, 게재한다. 지상좌담회에는 김태옥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명지대 명예교수, 이하 김태옥),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가톨릭대 교수, 이하 정혜선), 이광채 CSOC 수석부회장(대우건설 상무, 이하 이광채), 김상선 한국안전학회 CSO포럼위원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 이하 김상선),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 실장(이하 최명선), 최태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국장, 이하 최태호), 본지 이선자 발행인(재난안전학박사, 이하 사회)이 참여했다. 


사회= 지금부터 안전정보 창간 20주년 특집 지상좌담회를 개최하겠습니다. 금번 좌담회는 ‘대한민국 안전보건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안전보건에 대해 진단 평가해 보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먼저 안전보건에 대한 진단 및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해당 분야별로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사망만인율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

   
 

김태옥=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사고사망만인율이 ’01년 1.23에서 ’21는 0.43로 1/3 감축됐다고 한다. 이 결과는 OECD 38개국 중에서 34위로 1970년대의 영국(’74: 0.34), 1990년대의 독일((’94: 0.42) 일본(’94: 0.46)의 수준으로,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즉, 영국보다는 약 50년이 늦고, 독일과 일본보다는 약 30년이 늦게 도달한 수준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의 사고사망만인률이 수준이 꾸준히 감소(’17: 0.52 → ’18: 0.51 → ’19: 0.46 → ’20: 0.46)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독일(’20: 0.07), 영국(’18: 0.08), 일본(’21: 0.15), 미국(’21: 0.35)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2006년에 국민소득 2만달러에 도달되면서 1.0 미만으로 진입했으나 최근 8년간 0.4~0.5에 머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안전수준이 높은 이들 선진국의 경우, 낮은 사고사망만인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종규모 특성에 맞는 자율안전 보건시스템 구축 중요
김상선=
정부는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법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재해자와 사망자 수는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지 않으며, OECD 국가들의 산업재해 수준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기에는 약간 무리수가 있는 것 같다.
사고가 발생되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하기보다는 성과위주의 정책을 우선시하고, 예방보다는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과 문화에서는 지속적인 안전확보에 한계가 있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공감하고 노력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각계, 각층의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산업이 고도화·다변화되면서 획일적인 규제와 정책으로는 다양한 분야 및 규모에서 발생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는 정부, 산업계, 노동계가 서로 안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안전정책 및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현장 중심의 안전 활동을 강화하고 안전보건시스템 구축 및 실질적인 현장 안전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업종규모나 특성에 맞는 자율안전보건시스템이 구축·정착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안전활동이 진행된다면 산업재해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재해발생시 책임을 사업주, 도급, 수급 및 작업자 개인에게도 처벌이 형평성 있게 집행돼야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재해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사망 재해감소 목표 달성 쉽지 않아

   
 

이광채= 원·하청 이중구조화 및 안전 취약계층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법규를 강화하고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통해 산업재해와 사고사망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하청 이중구조화 고착 및 고령자, 외국인 등 안전 취약계층의 증가로 안전보건 여건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산업재해가 경제적 수준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사망 재해감소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업의 경우 현재의 원·하청 간 계약구조와 원자재, 인건비 상승 등 기업 생존과 직결돼 있는 악조건 하에서 하도급사에 자체적인 예산 투입과 법적 안전 인력 배치 등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안전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사업장, 간헐적·일시적 작업 등의 비정기적 작업 등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제도권 내에서의 관리와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 
건설현장 근로자 위험성평가 참여를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근로자의 잦은 이동과 신규 근로자의 지속적인 유입, 복잡 다양한 공종과 비정상적 작업의 생성과 소멸이 매일 지속되는 현실, 즉 건설사업의 특성 이해가 선행돼야 하며,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과 위험관리에 필요한 위험성평가 및 관리 기준 정립이 우선된 후에 근로자의 위험성평가 참여에 대한 제도 시행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근로자의 눈높이로 참여하고 관여할 수 있는, 단순하고 실질적 위험관리기법 도입과 현실적인 참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산업보건 분야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있어
정혜선=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은 평가지표에 의해 예산, 조직, 인력, 사업이 배치되고 있다. 그런데 안전보건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가 사고사망으로 정해져 있어서 질병을 관리하는 산업보건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연도별 사망자 수를 비교해 보면 지난 5년간 사고사망자 수는 2017년 964명에서 2022년 874명으로 90명 감소했으나, 질병 사망자 수는 2017년 993명에서 2022년 1,349명으로 오히려 356명 증가했다. 그 원인은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이 완화되면서 산업재해로 인정받게 되는 경우가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국가적으로 과로사 등 질병사망에 대한 예방정책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는 등 사망에 대비하지 못한 원인도 매우 크다. ‘사고로 사망하는 것은 예방해야 하고,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은 보상만 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터이니, 사고 질병 등 어떠한 원인으로든 산업재해로 인해 생명이 손실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안전보건 평가지표가 사고사망으로 정해지면서 안전보건공단에서 수행하던 과로사 예방사업 등 보건분야 사업이 폐지되고, 산업보건 분야 전문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패트롤 점검에만 투입하는 등의 사업 추진이 결과적으로 산업보건 사업을 수행할 인프라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 때문에 그 영향은 매우 크게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지난 해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도 산업안전 분야에 치중돼 있고,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는 위험성평가 역시 안전분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건분야 위험성평가에 대한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고용노동부에서 위험성평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했는데, 위험성평가를 시행한 것에 대해 확인할 때도 안전분야 뿐 아니라 보건분야도 포함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안전보건 인력 배치에 있어서도 안전관리자 배치 기준이 보건관리자 배치기준보다 확대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관리자 인력 양성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부족한 보건분야는 그러하지 못하다. 보건인력의 배치, 역량 개발 및 처우와 근무조건 개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부 주장 신뢰받지 못해
최명선=
올해는 수은 증독으로 사망한 15살 문송면, 이황화 탄소 중독으로 900 여명이 직업병 판정을 받았던 원진 레이온 직업병 35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일터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하청, 특수고용,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등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첫째, 건설, 조선,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재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체, 산업구조와 고용구조의 변화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사학, 군인, 농업, 어업, 사무직. 서비스업, 평택항 이선호 노동자의 죽음으로 드러난 항만 등 사각지대가 넘쳐난다.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등 고용구조로 인한 안전보건 양극화도 확대일로이다. 감정노동, 정신건강 등 사무 서비스업 안전보건 문제도 심각하다. 소규모 사업장 산업재해는 수십년 방치되어 있었고, 일회성 지원 정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도 정책도 현장의 실물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산업재해가 감소 추세라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부 주장은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안전보건의 각 주체별 역량의 물리적 토대가 취약한 가운데 노동자는 여전히 통제와 관리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법, 제도, 정부 및 유관 공공기관, 민간 전문가 및 전문 기관의 기술적, 전문적 토대는 매우 취약하고, 통합적인 인식과 시각을 갖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 법 준수 의지는 매우 낮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노동자, 노동조합을 통제와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안전보건 선진국에서는 ‘노동자의 참여 보장을 통한 노사의 역할’을 산업재해 예방과 감축의 핵심적 요소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작업 작업중지권, 노동자, 노동조합의 실질적 참여 보장’ 관련 정책의 변화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안전보건의 의미있는 진전도 현장의 실질 변화를 추동하지 못하고 있는 핵심 원인 중의 하나가 노동자, 노동조합 참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안전보건 정책이 수 십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과로사 근절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 등 최근 몇 년 동안 안전보건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라는 국민적, 사회적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이 분기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시간 개악,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화물 안전운임제 폐지가 추진되고, 현장의 안전 관련 법 준수를 정부가 태업으로 몰고 가는 등 곳곳에서 후퇴와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의 대체제로 제시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실패한 정책의 재탕 삼탕이 되고 있다. 원청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던 기조가 이미 실패한 정책인 ‘원하청 공생 협력 강화’로 대체되고 있다. 
개별 노동자나 관리자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 조직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를 ‘노동자 과실과 책임 전가 방안 찾기’로 뒤바꾸려 하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높아졌던 노동자의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지지와 관심에 기반한 일보 전진이 역주행의 기로에 서게 됐다. 

산업안전 질서 정착되면 자기규율에 의한 개선 필요

   
 

최태호=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은 ’01년 1.23에서 ’14년 0.71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14년 이후에는 OECD 평균인 0.29보다 높은 0.4~0.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업안전의 중심 패러다임으로 작용해온 ‘규제와 처벌’ 기제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우리나라는 1,220개 조항의 방대하고 세세한 산업안전보건법령을 통한 규제·처벌방식을 유지했으며, 매년 실시하는 산업안전보건감독도 ‘적발’과 ‘처벌’에 방점을 두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규제와 처벌 패러다임 속에서 이루어졌다.
기초적인 산업안전 질서가 미흡한 경우, 타율적 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 질서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자기규율에 의한 개선이 필요하다. 처벌과 사후 규제에만 집중하면 기업은 자체적으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시스템과 역량을 기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독일 등 산업안전 선진국은 70년대부터 규제와 처벌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기규율 체계를 구축하여 사고사망만인율을 획기적으로 감축했다. 
병에 걸렸을 때 약이나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습관 등 근본 요인이 바뀌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규정 준수를 넘어 안전보건 주체들의 인식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사업장이 각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하고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발굴해 나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사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 6개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법시행 효과는 미흡하고, 아직도 법 개정 등 논란이 많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중처법 시행 멈추고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바람직
김태옥=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재재해가 발생된 사업장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과 중소규모 사업장 등에서 중대재해가 감소하지 않고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한 사고, 재발 사고 등이 꾸준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는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지난해 11월 30일 발표,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변화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한계가 있음을 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른바 듀폰(Dupont)의 브래들리 커브(Bradley Curve) 등의 안전문화 성숙단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 규제와 제도에 의한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개인 스스로와 팀 활동에 의한 안전관리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83년 국내 안전공학과 개설, ’87년 안전보건공단 설립과 ’96년 PSM(Process Safety Management)제도 도입 등 안전보건의 초창기에는 규제와 시스템적 관리가 산업재해를 감소시켰으나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에는 기존 방식의 안전관리는 한계가 있음을 재해율 등의 통계자료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에 의한 안전관리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되지만 중처법 시행의 보완적인 정책으로 보기에는 모순점이 있다. 즉, 장기적으로 볼 때 중처법 시행은 멈추고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구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형량과 벌금만 가중, 구체적이지 못해 혼란과 부담 줘
김상선=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에 더욱 신경쓰고 투자를 확대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근본적인 취지이다.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데는 기여를 하고 있으나 산업계 전반적으로 예방을 위한 투자보다는 사후처리를 위한 법무 및 관련 컨설팅에 과도하게 비용이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또 형량과 벌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 부재로 산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겠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나 형량과 벌금에 대한 기준만 가중되었을 뿐, 처벌 대상과 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한 사유로 수사가 대부분 장기화되고 있어 관계기관 및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도록 되어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어 도급인과 수급인의 의무에 따른 지배관계가 불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 산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 1월에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며, 그로 인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과 제도가 명확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대상만 확대되는 상황으로 중대재해 감축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법 확대 시행 전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및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경영책임자가 회사 소유주인 경우가 많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경영책임자가 구속기소 및 실형 판결을 받거나, 벌금이 과다하게 집행될 경우 사업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득이하게 발생될 소지가 있다. 이에따라 중소기업 운영 기피 현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자칫 산업기반이 약화될 수도 있는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실효성 강화 및 안전투자 촉진 위한 개선방안 필요
이광채=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 강화 및 기업의 안전투자 촉진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산업재해 감소와 방지에 대한 사회의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탄생했고 시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 6개월 뒤에는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 및 50억 미만 건설업 공사에 대해서도 법의 적용이 이루어진다. 현 시점에서 법률의 선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는 없는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경영자 노동자 모두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기업의 안전투자 확대와 같은 일부 긍정적인 기능도 있었으나, 처벌의 과도함에 비해 개념과 적용대상, 책임 범위 등 많은 조항이 불명확하다 보니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 수요가 확대됐고, 의무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서류작업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 기업의 사고사망자 수는 256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명이 증가했다. 단순한 수치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논할 수는 없지만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불명확한 의무준수 규정은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특히, 기업에게는 아무리 재해예방을 위해 노력해도 기업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처벌과 사회적 비난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기존 규제·처벌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중처법 개정 및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전환을 천명했고, 금년 1월 초에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TF를 발족해 법률 개정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벌요건을 명확히 하고, 기업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적정한 수준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처벌방식에서 벗어나 중대재해예방 실효성 강화 및 기업의 안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5인미만 사업장 적용도 고민해봐야 

   
 

정혜선=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전예방조치를 충실히 이행해 중대재해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사전예방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사업주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액의 자문료를 집행하면서 대형로펌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다.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조치를 시행하는 등의 직접적인 예방활동을 수행하기 보다 법률적 대비에 치중하는 것은 중대재해가 더 많이 발생하는 중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자문단도 법률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안전보건 전문가의 역할은 축소되어 있어 사전예방을 추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본연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되는데 2021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분석 책자에 의하면 이 규모에 해당하는 사업장 숫자가 68만1,688개소이고 전체 사업장 수의 23.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사업장 중심으로 접촉·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 지역별로 구분해 세부 업종별로 그룹화하여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5인미만 사업장 적용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있다. 그 이유는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 상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고용노동부와 여당에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야당에서도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내용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도 당연히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는 직업성질병의 범위도 업무상 질병자로 판정된 결과와 확연히 다르게 되어 있어, 현장에서 산업보건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업무상질병에서 많이 나타나는 근골격계질환 문제, 뇌심혈관계질환 문제 및 최근에 크게 증가하고 있는 직무스트레스 및 정신질환 문제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업성질병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관심보다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요구는 본인의 질병을 관리하는데 관심이 많으므로 근로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산업보건 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이 필요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업성질병 기준도 확대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추진 즉각 중단해야
최명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과 시행은 법전에만 있었던 각종 안전보건 규정을 실제 현장에서 이행 점검하게 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어떠한 예방 정책, 법 제도보다 훨씬 강력하게 현장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이 결국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였던 것이다. 중소기업 사업주 대상 조사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찬성이 80% 가까이 되고, ‘하청기업에게 책임 전가하는 원청에 대한 제재’가 주요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신속하고 엄정한 집행이 최우선 과제이다. 안전 투자와 조직문화 개선 보다 경영책임자 면죄부를 위한 로펌 자문에 돈을 쏟아붓는 기업, 초지일관 법 흔들기만 지속하는 경영자 단체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300개가 넘는 법 적용 중대재해 중 검찰 기소는 20건이 안 되고, 특히 재벌 대기업과 정부 지자체 경영책임자는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남발되고, 검찰과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낮은 구형과 선고를 하고 있다. 과로사나 직업성 암 사망은 노동부 수사 단계에서부터 기준도 없이 빠지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시민 재해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지, 안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신속 엄정한 법 지행이 필요하다. 최근 인천지법의 “노동자들이 일터로 일하러 나가는 것이 곧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비장함을 불러일으키는 법 문화를 조장해서는 결단코 안될 것이다”라는 판결 문구를 검찰과 법원은 주지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신속하고 엄정한 집행과 더불어 심의과정에서 누락된 5인 미만 적용 제외, 공무원 책임자 처벌, 상당인과관계의 추정과 같은 법 개정 또한 필요하다. 경영계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를 비롯한 법 개악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50인 미만 적용, 지원책과 개선방안 논의 중
최태호=
’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금년 2월 개시한 ‘중대재해 사이렌’ 가입자가 최근 3만명을 넘어섰으며,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산업안전은 자주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인(억) 이상 사업장의 조사통계 기준 사고사망자는 ’21년 248명에서 ’22년 256명으로 8명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된 목적은 중대재해 예방이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영책임자 교육 등을 계기로 기업 내 안전문화가 빠르게 정착되는 등 긍정적 사례도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서류 작업 등에 집중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는 이와 관련한 개선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세부 논의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금년 1월부터 발족·운영 중이다. 노사단체, 기업관계자에 대한 의견 청취와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기업의 안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에서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대비해 정부는 교육 및 컨설팅, 인력·기술지원, 점검·감독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서도 50인 미만 기업 적용과 관련된 지원책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자율안전관리와 관련해 부연설명할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안전이 일상에 스며들면 산재는 감소할 것

   
 

김상선= 규제와 책임 위주의 정책에서 자율과 소통의 자율안전관리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규제와 책임위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고 산업재해가 감소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설비에 안전장치를 부착하고, 표준화된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산업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면 이미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설비안전장치, 안전관리시스템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설비를 운전하고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사람이다. 근본적으로 사람의 의식이 전환돼야 안전장치와 시스템이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이 고도화·다변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관련 법규를 변화에 맞춰 정비하고 세부적인 안전기준을 수립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장의 위험요소는 현장에 있는 관리감독자와 작업자가 가장 잘 인식하고 있다. 효율적인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현장의 소리를 시스템에 반영하고,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을 법과 제도가 인정하면 산업재해는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이다.
기업이 자율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독려하고, 자율적으로 구축된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해 관계기관도 인정해야 한다.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나 산업재해가 발생된다고 시스템을 부정하기보다는 시스템을 보완해 사업장 규모 및 특성에 맞는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개선·운영되고 그 효과가 발생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규모 업체는 다양한 지원제도를 통해 자율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관계기관은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이며 지속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수립·운영해야 하며 어느 한 부처가 아닌 안전과 연관있는 모든 부처가 제도 통합 및 개선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산업재해도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망사고는 획기적으로 감소하지 않았으며, 주변 사람들의 안전 인식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단순히 처벌수위를 강화하고, 점검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 안전의식이 강화되지는 않는다. 노·사·정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고 안전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한다면 산업재해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국가 위상에 맞는 성과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또다른 의견 없으시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안전보건 개선방안과 바람직한 안전보건 정책 시행 및 정립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법적 의무기준 세분화하고 의무 명확히 해야
김상선=
도급 관리에 대한 기준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 유해 위험작업 도급 제한 및 원청의 책임 확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도급인의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책임범위를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도급인 사업장 전체와 도급인이 지배 관리하는 위험장소로 확대했으며, 도급인이 작업장소, 시설 등 위험에 대해 지배 권리권이 있다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를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작업장소, 시설 등의 지배 권리권에 대한 기준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안전 확보에 대한 지휘/감독 등의 주체가 일방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업장과 시설만이 아니라, 작업방법, 불안전한 행동 등은 도급인이 모두 관리하기에 어려움 있다. 뿐만 아니라 강제로 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이는 수급인에게 무리한 의무를 부과하게 되어 다른 법률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고 또다른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해당 작업 및 설비에 대해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수급인이 안전확보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무조건적인 도급인 책임이 아닌, 공사/작업의 내용과 계약 관계에 따른 법적 의무 기준을 세분화하고 지배관계에 따른 의무를 명확하게 정의해 위험 방지에 대한 조치 의무는 수급인이, 이에 따른 지원 및 제공되는 작업장에 대한 위험관리 의무는 도급인이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도급인과 수급인의 역할 명확히 규정해야
이광채=
원청의 의무, 명확성과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규정한 ‘필요한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는 제38조 안전조치와 제39조 보건조치를 준용하고 있고 제38조와 제39조는 ‘구체적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고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고용노동부령이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가리키는지, ‘시행규칙’까지 포함하는지 모호하고 이들 규칙에서 원청이 취해야 할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와 보건조치’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 수급인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 규칙은 모두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사업주에 부과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도급사가 자기 근로자 안전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원도급사에게 똑같이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도급사가 할 수 없는 것까지 이행하라는 것과 같아 현실성과 법규 준수에 문제가 있다.
아울러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의식의 공유를 지적하고자 한다. 건설공사와 같은 도급공사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해 도급인과 수급인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각자가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건설사업자는 안전에 대한 각자의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원청과 하청의 위치에서 사고 예방에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사후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또한 원인 제공에 따른 역할 수행 여부, 근본적 예방을 위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보건관리자 활용해 중대재해 예방 분위기 조성 필요
정혜선=
안전과 보건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안전과 보건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협력적 관계를 통해 원활히 추진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안전사고 예방도 본인의 몸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할 때 안전수칙도 준수하고,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보호구를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위험한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불안전한 환경 시 작업을 거부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안전과 보건을 결합하고, 보건관리자를 적극 활용해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업무형태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시설이나 기계의 안전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재해 위험이 많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근로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앞으로든 안전관리보다 보건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외부의 감독이나 규제 중심의 접근보다는 현장의 작동성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 시행했던 것처럼 일회적이고 외부기관 중심적인 패트롤과 같은 사업은 지양하고,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도록 관리감독자 중심의 안전보건 활동을 촉진하고,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언론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내용이 자주 보도되다 보니 이제는 산업재해 예방과 중대재해의 심각성에 대해 일반인들의 인식도 크게 향상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만인율은 2022년 0.53인데 산업재해 사망율은 1.10으로 나타나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2.1배 더 높다. 이처럼 심각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그 가정은 위기가정이 되고 그 가족에게 미치는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이제는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여 일반인들에게 산업재해 예방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안전보건관리자’ 도입 위한 법 개정 시급

   
 

최명선=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전체 노동자와 일터의 현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보건 각 주체들이 수도 없이 이야기해 왔던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이 실질화되려면 구멍이 숭숭 뚫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현장에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법 위반에 따른 처벌만으로 작동하지 않고, 사전 예방을 위한 정책기재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법 위반에 대한 처벌로 강제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의 실물에 맞게 작동하여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첫째,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돼야 한다. 산업과 업종, 직종이 통째로 안전교육이나,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통째로 적용 제외되는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는 일부 직종만 일부 안전보건 조치만 적용되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가장 산업재해가 집중되고 있으나, 법의 적용제외를 남발하는 소규모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면서, 각 특성에 맞게 세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핟. 특히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공동안전보건관리자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과 정부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체계가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 경영계도 주창하고 있는 ‘산업안전 전문인력 육성책’도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선임과 권한 보장이 법제도 안받침 되어야 실제적인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위험작업 작업 중지, 노동자 참여 실질 보장 등으로 노동자, 노동조합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을 활성화하는 제도,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이러한 일선 현장의 개선이 법 제도화로 이어져야 한다. 노동자의 참여 보장을 위해 활동 시간과 권한을 보장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설치 운영을 확대하고, 원하청 산보위 등 실질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근골격계 질환, 감정노동, 일터 괴롭힘은 가장 광범위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안전과 건강의 문제이다. 그러나, 사고성 사망재해만 치중했던 기간의 정부 정책이 산업재해 대책을 반쪽짜리로 만들고 있다. 산재보상이나 사후약방문으로만 전락하고 있는 보건의 문제가 현장의 실질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사업장 특성에 적합한 안전관리 제도와 정책 필요
김태옥= 정부의 중재재해 감축 로드맵에 의하면 ’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0.2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매년 0.03씩 감축한다는 것으로 과연 목표가 달성될 것이며 또 달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모든 현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진력에 대해 점점 느리게 변화하고 다양한 추진력이 필요하게 된다. 즉, 사고사망만인율이 높은 값일 때에는 새로운 정책 도입 등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그 값이 낮은 수준에서는 다양한 요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투입돼도 크게 감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보건 선진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면 큰 틀에서 해결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안전환경은 급격한 기술진보, 정서적 양극화, 국제정세 불안정, 기후 변화 등과 같은 새로운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즉, 새로운 기술 출현으로 새로운 위험이 발생되고 있고, 인간 역할 축소, 삶과 비즈니스 패턴 등이 변화하고 있다. 
또한 융복합 기술로 인해 사업장 특성이 다양하고 고령화와 국제화 등으로 인적 구성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이념과 세대 갈등, 모럴 해저드와 더불어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요구수준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더구나 감염병 등과 같은 팬데믹 현상도 자주 발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안전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업장은 총체적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CEO, 경영층, 중간관리자, 근로자 등 각 계층의 안전보건 역량과 수행의지가 부족하고 기술, 생산, 영업, 인사, 노무 등 각 영역 및 각 부서별 안전보건 역량과 수행능력도 부족하다. 또한 구성원과 사회 구성원의 안전보건에 관한 가치관과 안전문화 수준도 다르다.
현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조형 AI, IOT, 로봇, 메타버스, 스마트 기술 등 첨단기술을 안전보건에 활용해야 하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고 대부분의 사고가 인적 오류가 원인이므로 인간 심리특성 등 안전활동 탐구, 안전문화 정착, 실효적인 안전교육 등이 필요하지만 미흡하다. 특히, 현재의 규제는 실천 가능하고 합리적이거나 실효적인 규제가 아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안전보건 선진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획일적인 방법이 아니라 사업장 특성에 적합하고 작동성 있는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즉, 사업장 스스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사적·총체적·통합적 안전관리와 안전의 생활화로 안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합리화와 더불어 소규모 사업장의 지원, 민간기관 역할 증대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사회구성원 모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
최태호=
정부는 규제와 처벌 중심의 산업안전 정책이 기업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자체 역량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성찰하에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자기규율 및 엄중 책임’, ‘참여와 협력’으로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이다. 사업장의 위험은 노·사가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위험성평가를 제시했다. 
위험성평가는 새로운 수단이 아니다. ’13년도에 도입됐으나 위험성평가와 괴리된 감독·지원체계,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전체 기업의 66.2%가 실시하지 않는 등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에 금년부터는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도입하고, 교육 및 컨설팅, 기술지원 등 지원 사업도 위험성평가 중심으로 개편했다. 아울러, 금년 5월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중소기업에서도 위험성평가를 손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법, 위험수준 3단계 판단법 등 간단한 평가 방법을 추가했다. 
또한 위험성평가의 모든 과정에 걸쳐 해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참여시키고 그 결과를 공유하여 위험성평가의 효과성을 높이도록 했다. 
자기규율은 엄중한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 안전으로 가는 과정은 기업의 여건에 따라 실시하되,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기업의 예방노력을 엄중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기규율이 자유방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둘째, 취약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원·관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22년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특정 규모·업종·재해유형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취약 분야의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교육 및 컨설팅, 기술·인력지원, 점검 및 감독 등 다양한 지원 수단을 시행 중이다.
셋째, 안전에 적극 참여하고 서로서로 협력하는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노사 모두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그동안 안전보건 관리자 등 특정인의 책임이라고 인식됐다.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안전보건 주체로서 의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는 안전의 대상이면서 주체임에도 그간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앞으로는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위험성평가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도 노사가 함께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라는 패러다임에 대해 공감하더라도 세부 전략에 있어서는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생산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 정부도 사회구성원 모두가 안전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회= 오늘 좌담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안전정보는 건전한 안전 여론 선도와 정책개발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지상좌담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참여해주신 여섯분의 전문가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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