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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4월의 옐로우 리본컬러 트래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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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28  13: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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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고 다닌 고등학교 시절, 주말은 늦잠과 혼자만의 조용한 리추얼로 충전했다. 새벽 5시 남짓 집을 나섰다가 자정 가까이가 되어서야 하교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주말이면 늦잠을 자고 오후에 일어나서 가는 곳은 뻔했다. 집에서 3분 거리의 레코드 가게가 첫 번째 코스. 바로 옆 모퉁이 빵집은 하릴없이 신호등을 기다릴 때 잠시 시선을 줄 뿐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카세트테이프와 LP를 촘촘하게 훑어보면 어느새 시간이 꽤 흘러있었다. 레코드 가게를 나올 즈음이면 손가락 끝이 새까맣게 더러워졌다.

다음 코스는 문방구(문구점을 이렇게 불렀다)였다. 일단 들어가면 무엇이든 손에 쥐고 나와야 직성이 풀렸다. 책받침과 책갈피에 그려진 감성적인 일러스트는 세계 문학의 거장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 코스는 헌책방이었다. 헌책방의 묘미는 무질서함이 아닐까. 어떤 리스트도 서열도 존재하지 않는 편안함을 주는 수평 공간(정서적으로는)이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 더미는 누워있는 책들이 좌우가 아닌 상하로 확장되는 수직 공간(물리적으로는)이었다. 보물찾기를 하듯 무언가를 찾아내는 즐거움 속에서 나의 속독 능력이 형성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 무렵 전자책이나 온라인 서점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옵션이었다. 발로 걷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것만큼 얻고 배울 수 있는 시대였다. 주말마다 세계 명시와 고전, 명곡들이 내게 스며들었다.

4월은 잔인한 달

April is a cruel time
Even though the sun may shine
And world looks in the shade
as it slowly comes away
Still falls the April rain
And the valley's filled with pain
* Deep Purple의 《April》

4월은 잔인한 시기
태양이 빛날지라도
그리고 세상은 그늘에서 바라봅니다.
서서히 멀어지며
4월의 비가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그 계곡은 고통으로 가득 차 오릅니다.

4월이 시작될 무렵이면 어김없이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딥 퍼플 Deep Purple의 명곡 《April》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April》은 내가 들은 음악 중에 가장 전주가 긴 음악으로 기억한다. 12분 남짓한 이 곡의 전주는 8분 40초까지 이어진다. 4월이면 라디오에서 어김없이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와 존 로드의 비장한 오르간 연주로 시작되는 이 기나긴 노래가 들려오곤 했다.

1999년 ‘송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딥 퍼플이 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마치 신화 속 인물이 현실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딥 퍼플의 공연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공연은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딥 퍼플의 팬들에게 폭우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딥 퍼플은 팬들보다 더 초연했다. 빗줄기 속에서 그 멋진 사운드를 듣는 기분이란 정말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향연(Rock)이였다.

딥 퍼플의 《April》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T.S 엘리엇의 대표작 《황무지》의 첫 소절은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 T.S.엘리어트 《황무지》 중에서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솟아한 라일락이 번식하고
기억과 욕망은 뒤섞이며
둔감해진 뿌리를 일깨우는 봄비
 

1922년에 발표된 434줄로 된 이 방대한 시를 다 읽어 내려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는 이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미국 태생인 그가 영국으로 귀화하자 그의 문학사적 국적은 논란이 되었다. 영국 문학사와 미국문학사에서 이 위대한 시인을 서로 추대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시인에겐 25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장 베르디날’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4월은 그를 떠나보낸 달이었다. 시인은 개인적인 시라고 말했지만, 다수의 비평가들은 문명사적 비판이 담긴 위대한 시로 해석했다.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눈부신 봄날 땅을 뚫고 나온 작은 새싹을 볼 때면 이 시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4월은 상흔이 가득한 잔인한 달이 아닐까.

   
4.3 희생자 추모기념일 (1948년), 4.16 세월호 참사 (2014년), 4.19 혁명 기념일 (1960년)

어느새 세월호 9주기라니! 2014년 당시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전투적으로 감정을 토해냈다. 죄의식, 부채감, 수치심은.......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무사 귀환’의 열망을 담긴 '노란 리본'은 살아남은 자들의 정동적 연대로 이어졌다.

노란 리본의 유래는 청교도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아군 식별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남북 전쟁 당시 한 여성이 미 육군 기병대에 복무 중이던 애인(혹은 남편)을 기다리며 기다림과 헌신에 대한 표식으로 머리카락이나 목에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대 의학 분야에서 리본은 질병에 대한 인식과 각종 캠페인에 다양한 컬러로 활용되고 있다. 노란 리본은 ‘폐암 퇴치의 날’ 캠페인에 사용되고 있다.

'노란 리본'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1973년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 4주간 1위, 영국 차트 4주간 1위, 일본 오리콘 인터내셔널 파트에서 2주간 1위, 발매 3주 만에 320만 장 판매 기록, 같은 해 총 91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가는 등 그 해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으로 기록했다.

중학교 시절 무용 수업 시간에 안무디자인 발표 과제가 있었다. 팝송을 좋아하던 나는 이 노래를 선곡해 블링블링 반짝이는 줄무늬 지팡이와 모자까지 만들어갔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선생님은 너무 감동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어디선가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언제나 그 시절 무용교실로 나를 데려간다. 마치 프루스트의 홍차와 마들렌처럼.

이 노래는 영화 같은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교도소에서 3년 만에 출소하게 된 한 남자는 고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는 연인에게 만약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다면 마을 어귀 오래된 참나무에 리본 하나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남자는 혹시나 노란 리본이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그런데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른다. 참나무에 수백 개의 노란 리본은 그를 환영하고 있었다.

Whoa,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It's been three long years, do you still want me?
If I don't see a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I'll stay on the bus, forget about us, put the blame on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Now the whole damned bus is cheerin
And I can't believe I see

어쩌다 이 아름다운 4월이 잔인한 달이 되었을까?                        

 

                                                Highest Duty 

   
 

검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여객기가 그려진 재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억》(2016)의 포스터. ‘전원 생존’이라는 다행스러운 문구를 본 순간 영화 개봉 2년 전 세월호가 떠오르면서 이내 마음이 무거워지고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수기를 정리한 『Highest Duty』 전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진부한 클리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각성을 요구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정상적이고 엄격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다소 과장된듯한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재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자원은 조직원 개개인의 막중한 책임의식, 'Duty'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자리는 없다. 바로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자리가 가장 중요한 자리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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