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회와 문화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문명화 과정에서 함께 자라 온 코드 중 하나가 바로 안전이다. 안전은 비단 산업현장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호에서는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견인하는 도구 중 하나의 역할로 인간의 사회적 관계 안에 자리잡은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문명화 과정에서 흔히 목격되는 이문화간 충돌은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의 현상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도 수시로 출몰한다. 그로 인한 이질감이 상대에게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에 응하는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 불신의 현장은 언제든지 위협적인 상황으로 연출될 수 있기에 사회적 관계 속 이문화 대응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그에 맞는 매너라는  형식은 서로를 향한 오해를 피하고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상대에게 우리의 호의를 믿게 하기 위한 약속과 배려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매너’가 단지 서양사에서 계층을 구분하려는 메커니즘으로만 쓰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특히 서양식 매너를 숙지할 때 테이블매너가 기본이 되는데 그 중심에는  바로 양식기류의 사용법을 숙지하는데 있다. 마치 우리가 신체의 일부인 손처럼 사용하는 이 양식기류는 잘 살펴보면 산업현장에서 볼 수 있는 용구, 공구, 그리고 일부 기계 부속품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리고 언뜻 보면 원시적인 무기와 닮았다. 그런 식기 문화를 크게 구분해보면 스푼, 나이프 그리고 포크를 사용하는 유럽과 미국 등이 있고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과 같은 나라는 수저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슬람 국가들, 힌두교 국가들, 그리고 대다수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아직도 스푼 나이프 그리고 포크와 같은 양식기류와 함께 손을 동반 사용하여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식기류가 가진 실제적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적 배경까지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각 문화권의 식기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그 문화권에서 취하는 식재료, 조리방법, 음식의 형태, 종교적 지침 등과 관련이 있는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양식기류의 출현은 고대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겠으나 주로 수프와 빵이 주식이던 중세 유럽인들이 따뜻한 스프와 같은 음식을 먹기 위한 스푼을 테이블에 올리고 빵과 과일과 같은 간단한 음식을 위한 손을 병행하는 것으로 식기류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타 국가들의 문화를 미개하거나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선진 유럽국가들의 역사에서도 손을 동반하여 식사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스푼에 이어 등장한 것은 포크가 아닌 나이프였다. 여기에는 육류 요리의 등장이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육류를 굽거나 삶은 뒤 그것을 자르기 위해 테이블 위에서 나이프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나이프를 사용하는 방식은 단지 자르는 것에만 있지 않았다. 두 개의 나이프 중 하나의 나이프로 자를 경우 다른 나이프는 음식을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잘려진 음식을 칼끝으로 찍어 먹기도 하거나 칼등에 올려 음식을 먹기도 하였다. 그런 이유로 칼끝은 지금의 형태보다 날카로웠고 중세 시대와 같이 폭력이나 위협이 난무하던 시기에는 나이프와 같은 양식기류는 충분히 무기로 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이프가 출현한 초기에는 시종들이 칼을 가지고 기다렸다가 주인이나 손님들이 필요한 경우 전달하고 사용한 그 칼을 회수하기도 하였다. 칼을 가지고 식사를 하던 시기의 그들에게는 내 앞에 놓인 칼이 무기가 아니라는 신호를 상대에게 주는 것이 필요하였다. 칼날의 방향을 자신을 향하고 칼을 놓는 위치를 조정하려는 형식들이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일련의 신호로서 바로 상대의 안전을 약속하는 매너와 에티켓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테이블에서 요구되었던 매너는 바로 상대에게 ‘당신은 안전합니다’ 라는 신호를 수신하도록 돕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상호작용은 각자에게 기인하는 몫이 있는데 매너라는 것은 바로 상대가 정서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하거나 태도를 보여주는 것에 핵심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왔던 날카로운 칼날이 무디어진 시기를 추적하다 보면  이 지점에서 포크가 등장하게 된다. 주로 뜨거운 물에 삶은 고기를 들어 올리거나 불에 고기를 굽기 위한 조리용으로 사용되었던 포크의 역할이 소품이 되어 식탁에 올라오기가 그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래서 포크는 양식기류 중에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당시 갈퀴의 모습을 한 포크가 위협적이기도 했지만 그 당시 종교적으로도 인간의 손을 신성시하였기에 다른 식기들보다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식재료와 조리법도 다양화되면서 손에서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이 불편하다고 느끼거나 위생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서 포크의 필요성이 요구되었다. 특히 다양한 향신료와 기름을 시용하는 음식의 발달로 스푼과 나이프 그리고 손으로 식사를 하기에는 불편했기에 포크의 역할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포크 사용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인류는 그 편의에 대한 정당성을 받아들이며 포크를 포함한 스푼 그리고 나이프가 지금의 양식기류의 모습으로 안착하게 된 것이다. 식탁에 나이프가 올라오고 삼지창 모양의 포크가 올라와서 우리와 마주하고 있어도 우리는 그것들을 식사를 돕기 위한 도구로서만 사용한다는 믿음을 상대방에게 주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것이 바로 테이블 매너와 에티켓이 된 것이다. 
13세기 독일 탄호이저 궁중 매너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식사때에는 두 손 중 네가 즐겨 쓰는 쪽을 쓰면 된다. 다만 네 옆에 있는 사람이 쓰는 손과 네가 쓰는 손이 닿지 않도록 하여라.’
거창한 준비와 복잡한 매뉴얼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안전이라는 키워드는  산업현장에서만 필요하거나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과 같은 소소한 일상에서도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다. 익숙한 물품이라도 그 쓰임새가 달리 사용될 수 있다면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인류의 발전은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발전되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고 문화와 문화가 만나며 함께 어우러지는 그 접점에서 문명의 진화는 일어났고 그것은 바로 상호 간의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테이블 매너를 이야기한다면 샐러드에는 어떤 포크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손을 사용하여 식기를 다루는지 하는 방식을 망설이는 순간 또는 음식을 취하는 상대의 문화적 특성을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서 우선해야 할 점이 있다. 그 점은 바로 테이블에서 마주 앉거나 또는 옆자리에 있는 상대를 위한 그 자리가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안전한 곳임을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안전에 관한 인식을 장착한 매너,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적 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