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3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여 일간 이어진 ‘동해안 산불’은 역대 최대 피해, 최장기 산불로 기록되었다.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의도 면적(290㏊) 22배를 넘게 태우고서야 꺼졌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는 2만5,003㏊에 달한다.

연중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시기는 3월부터 5월까지다. 특히,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가 가장 빈번하다. 이때가 가장 건조한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산불이 나면 쉽게 끄기 어렵다. 또한 봄철에는 산불이 잘 일어나게 되는 3가지 요소인 연료, 지형, 기상이 받쳐 준다. 연료는 소나무류, 지형은 남서향으로 남북으로 뻗은 사면 그리고 기상 조건인 건조한 날씨, 높아진 온도와 강풍이 산불을 쉽게 번지게 한다. 산림청의 통계에 의하면 4월 산불이 연중 피해액의 89%가 집중된다고 한다. 산불이 타 재난보다 무서운 것은 나무와 풀 등 입목피해뿐만 아니라 생태계 등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이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속담과 같은 뜻으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누군가는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말로 작은 일이라도 신중히 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담배꽁초와 홧김에 저지른 실화가 산야를 온통 잿더미로 변하게 한다. 승용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담뱃불을 제대로 끄고 던지면 그래도 양심이 있다고 봐줄 수 있는데 대부분 불꽃이 튀기는 걸 보면 불이 붙어 있는 채로 꽁초를 던진다. 필자는 앞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차가 있으면 전조등을 깜빡거리거나 크락션(경적)을 눌러 경고를 한다. 도대체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던질까? 도덕심도 배려심도 없는가?

산불은 크게 인위적인 발화와 자연적인 발화로 구분할 수 있다. 한반도는 자연적인 발화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
80% 이상이 사람에 의한 실화다. 자연적인 발화는 미국이나 호주 등 삼림이 우거진 대륙에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사례로 ‘벼락’에 의한 직접적인 점화 현상이다. 낙뢰의 조건은 공중의 양전기가 지상의 촉매를 만나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수십만 볼트의 전기적 충격에 의해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스파크 충격을 주기 때문에 웬만한 가연체는 꺼질 수 없을 만큼의 발화가 된다. 그다음이 마찰열이다. 미국과 같은 기후대에서의 원시림에는 죽은 나무도 빼곡하게 서 있는 채로 고사한 것이 많다. 그러한 것이 바람이 불면 상상외로 강한 마찰을 일으키게 되어 결국 발화되어 산불로 번진다. 이외에 흔치는 않지만, 페트병이나 이슬방울 등이 볼록렌즈 역할을 하여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 등이 있다. 햇빛이 통과하게 되면 빛과 열이 한군데로 모이게 되어 높은 열을 발산한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인위적인 재난이다. 산림청의 통계에 의하면 산불의 원인을 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직접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22년에 들어 3월 17일까지 실화로 밝혀진 산불이 289건(입산자 실화 54, 쓰레기소각 24, 담뱃불 실화 20, 기타 191)에 이른다. 봄 산불이 5월까지 이어진다고 볼 때 앞으로 얼마나 많이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산불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은 올 초 정보통신 기술(ICT)을 활용한 산불 예방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산불방지용임도 건설, 내화수림대 조성, 산불 예방 숲 가꾸기 등 산불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산불위험예보시스템도 고도화하고, 확산예측 시스템 활용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재난관리 대책도 건조한 날씨와 강풍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로 훼손된 지역은 다시 산불 이전 수준으로 완벽히 복원되기까지 30여 년이 걸린다고 한다. 생태계 회복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이 다시 숲에서 살아가려면 약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산불피해 복원 과정도  크게 4단계로 실행한다. 1단계로 피해목을 제거한다. 산불에 의해 연소된 나무들을 제거하고 새로 심을 나무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 2단계는 묘목 즉 어린나무들을 생산한다. 어린나무들을 키워서 나무가 연소되어 사라진 곳에 심어 줘야 한다. 3단계는 사방사업을 해야 한다. 홍수나 산사태로 흙·모래·자갈 등이 이동하여 나타나는 재해를 예방ㆍ복구하기 위해 실시하는 공사를 말한다. 4단계는 마지막 단계로 나무를 심는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산불 예방 및 산불 발생 행동 요령에 대한 대국민 교육도 절실하지만,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는 길만이 최선이라고 본다. 산이나 산 주변에서는 어떠한 작은 불씨 하나라도 쉽게 옮겨붙는다. 너, 나 할 것 없이 극도의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담뱃불 꽁초로 인한 실화는 절대적으로 삼가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