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교식 교수/ 숭실대학교 안전보건융합대학원

지난 얘기에서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영화음악으로 여러분을 만났는데 거기서 프런트맨 역할을 맡은 배우는 이병헌이었습니다.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인 듯하며 이 배우가 나오는 또 다른 우리나라 영화 한 편의 음악을 얘기하려 합니다. 굳이 이 영화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자폐증으로 서번트 증후군인 오진태(박정민)이지만 그의 이복형 김조하 역할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 또한 일품입니다. 어떤 질문이든 ‘예’로 답하는 진태는 피아노 연주에서는 그야말로 천재성을 보여서 학원 선생님까지도 연주회에 나가보라고 강권할 정도입니다. 이 영화 역시 줄거리는 논하지 않고 영화 음악을 중심으로 장면소개를 풀어갑니다.

성당에서 어머니(윤여정)가 성가대에서 ‘나의 소리 들으라’ (https://www.youtube.com/watch?v=cc8g2ZF0CcE) 찬송부를 때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며 반주하는 진태에게서 이 영화 전체를 통하는 그의 속성을 봅니다. 식당에서 우연히 큰아들 조하와 마주치나 자길 버리고 떠났다는 매몰찬 얘기만 들은 어머니는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둘째 진태가 어린애같이 방으로 찾아와 침대에 슬며시 등부터 밀며 들어옵니다. 이때 듣는 음악이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https://www.youtube.com/watch?v=Aomt_cCNXO0)입니다. 세상을 모르지만 울고 웃는 모든 것이 섞인 그런 세상이 내 세상이라는 가사가 극 전체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듯합니다.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피아니스트 가율(한지민)이 빗길에 충동적으로 차를 몰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이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FlvZ28Brf0) 지난달 겨울 분위기의 1악장에 이어 2악장도 올리는군요.

문화센터에서 직원이 어머니에게 진태가 쇼팽곡 연주 경연대회에 나가기를 권유하는 장면에서는 쇼팽의 ‘야상곡 9-2’가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R10Od1cLaM) 개인적으로 배우 이병헌이 찌질한 연기까지도 참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극 초반, 갈 데 없어서 광고지 돌리고 만화방서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잠도 자는 장면이라든지, 엄마를 우연히 만나서 심술부리다가 못 이기는 척 엄마집으로 와서는 밥을 더 달라해서 먹는 장면이 몸에 착 붙은 듯했습니다. 처음에는 겉돌다가 나중에는 엄마와 포도주 한 잔씩 하면서 춤도 추며 화해하는 장면, 극 후반부에는 동생 티셔츠까지 사주는 등의 연기를 편하게 하더군요. 두 사람의 화해 장면에서는 들국화의 ‘축복합니다’ 가 (https://www.youtube.com/watch?v=rzoIsVXoBGA) 흘러나옵니다.

조하는 어머니가 동생 진태를 돌보라고 맡기지만 길거리 전단지 나누어주는 일을 같이하도록 꾑니다. 아마 대학로인 듯한데 길거리에 놓인 피아노를 어린 소녀가 ‘터키행진곡’을 (https://www.youtube.com/watch?v=Hm9SSSD-_eQ)을 연주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고 이어서 진태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3악장’을 (https://www.youtube.com/watch?v=bH3GvrvrXDY) 열정적으로 연주합니다. 연주자의 화려한 손놀림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연결했습니다. 동생 진태가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해서인지 연주에 감동한 주변 시민들이 돈을 두둑히 기부해서인지 조하는 동생을 적극적으로 후원할 요량으로 진태와 함께 교통사고를 낸 가율을 찾아갑니다. 도움을 외면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던 가율이 진태가 거실에 놓인 피아노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3악장’을 (https://www.youtube.com/watch?v=_BhI3AESKPM) 연주하자 진가를 알아보고 피아노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연탄곡(連彈曲, 영어로 4 hands, 즉 둘이 연주함) (https://www.youtube.com/watch?v=KU5SoTeVtYo) 모드로 유도합니다. 멜로디 부분을 양보하고 반주에 해당하는 건반을 누르면서... 저는 이런 장면이 참 좋습니다. 고수가 유망주를 알아보고 자진해서 유망주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아뭏튼 둘이서 신나게 연주하는 장면을 외출에서 돌아온 가율 할머니가 보게 되고 소중한 손녀에게 다시 피아노를 치게 해 준 진태에게 나중에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쇼팽곡 경연대회에서 진태는 ‘즉흥환상곡’을 (https://www.youtube.com/watch?v=Gus4dnQuiGk) 연주하나 곡해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상하지 못합니다. 밤늦게 혼자서 젓가락 행진곡을 (https://www.youtube.com/watch?v=yyEEoBJ_9hE) 연주하는 가율을 보면서 가율의 할머니는 진태를 갈라쇼에 출연시켜서 연주할 기회를 주며 여기서 진태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https://www.youtube.com/watch?v=48tsa1hx7oQ) 연주하며 클라이막스로 이끌고 갑니다. 엔딩 타이틀에선 ‘그것만이 내세상’을 피아노로 연주한 곡이 흐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울컥했습니다. 연탄곡 모드로 유도하는 장면, 그리고 진태가 세상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극 마지막 부분에서 차이코프스키 1악장을 연주하며 관현악단을 이끌고 갈 때... 정말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