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아영 노무사/ 노무법인 길

1. 서론
최근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이슈로 연일 언론이 뜨겁다. 가해자에 대한 비난은 당연하거니와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조치가 미숙했던 사업장의 대처에 질타의 목소리가 크다. 사업장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적절히 예방·대응하고 안전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아래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요건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처리절차에 관하여 알아본다. 

2.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요건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이러한 직장 내 성희롱은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첫 번째,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업무관련성에 관하여 판례는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 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되며,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고 하여,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은 근무시간 내, 근무 장소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 
두 번째,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행위여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이란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현한 경우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나 소극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간 권력관계가 불평등한 경우 직접적,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표현하기 쉽지 않은 특성이 있음을 유념해둘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성적인 언동이어야 한다.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에 성적인(sexual)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상대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체적으로 접촉하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만져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육체적 행위, 음란한 농담, 성적인 비유를 함의하거나 상대방을 성적 대상화하는 언동 등의 언어적 행위, 음란한 사진 등을 보여주거나 자신의 신체부위를 고의로 노출하는 등의 행위 등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눈으로 인지가 가능한 행동 등을 통해 혐오감과 불쾌감을 주는 시각적 행위 등이 성적인 언동에 해당한다.  

3.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처리절차
직장 내 성희롱 금지에 관한 법령은 조직 내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해 피해자가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사업장은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부담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사업장의 지침과 근거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한 지침, 취업규칙 등을 정비해 두는 것은 사업장의 선결 과제이다.   
사업장이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접수받거나 인지하면 신고자 및 피해자에 대한 초기상담을 진행하여 피해 상황, 피해자가 문제해결을 위해 요구하는 내용, 해결 과정에서 우려되는 상황, 직·간접 및 정황 증거에 관한 정보 등의 사정을 확인하고 내부 규정에 따라 조사 실시 계획과 대응 절차를 결정하도록 한다.
신고인이 당사자 간 해결을 원한다면 조사 대신 요구에 따라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마무리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사자 간 해결은 비교적 용이하고 신속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나, 사업장은 합의서를 명확히 작성하여 합의이행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하는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규정에 따른 처리를 원한다면 직장 내 성희롱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체 없이 사실관계 조사를 실시한다. 조사에 앞서 신고인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조사 관련자가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확인서를 징구할 필요가 있다. 조사는 피해자, 참고인, 행위자 순으로 대면조사를 진행하되, 상황에 따라 전화, 서면 조사도 가능하다. 질문으로 인해 또 다른 정신적 피해나 성적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사건발생 일시, 장소, 상황, 구체적인 행위 내용, 지속기간, 피해내용, 증거나 증인 또는 참고인이 있는지, 회사와 행위자에 대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여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조사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면 내부 규정에 근거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실시하도록 한다. 
해결 절차를 마치더라도 사업장은 피해자의 2차 피해 여부, 비밀 보호 여부, 사건 처리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인식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여 필요 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은 재발방지조치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4. 마치며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성희롱 문제를 다루는 조직의 태도는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연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두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을 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