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관 시인 민병문

“소방관들의 이야기이기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119이기에, 24시 속 25시의 촌각을 다투어 달려가기에 바빴던 삶이기에, 국립묘지를 바라만 보고 가녀린 처자식을 두고 지병으로 떠났기에…”(황색선을 넘나들며 발간에 즈음하여 中)
소방관 시인 민병문 씨가 일선 소방관들의 애환과 수익금 기부를 목적으로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를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천소방서 과천119안전센터 민병문 팀장은 강원도 영월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태백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후 짧은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근무를 뒤로하고 상경, 우연한 기회에 친구를 만나 도전하게 된 것이 소방관이었다. 시험을 거쳐 91년 8월 21일 소방공무원에 임용되면서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오는 8월 21일이면 소방관 생활 3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지난달 19일 과천소방서 박정훈 서장으로부터 30년이상 장기근속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민 팀장의 등단은 꽤 오래 전이다. 2003년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에서 시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후 문단지에 기고 등을 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처녀집 조차 발간하지 못했다. 촌각을 다투며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소방관 생활속에서 시집을 발행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민병문 팀장은 내년 6월 30일자로 정년을 맞는다. 소방관 생활 30년, 119라인의 끝자락에서 30여년의 흔적을 시로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용기내어 시집을 발간하게 됐다. 
‘황색선을 넘나들며’ 시집에는 민병문 팀장의 젊은 시절 습작을 포함, 지병으로 고인이 된 후배 이 모 소방관 추모시 ‘국립묘지가 저긴데’를 비롯해 총 53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이번 ‘황색선을 넘나들며’ 시집에 대해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인 전규태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 학술원장은 “로망과 사실주의의 특별한 결합과 창의성을 경험적 감각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직설의 담대함도 발견할 수 있다”며 “삶을 아우르는 원시적 시야의 아름다움과 자유의지를 겸비한 노작(勞作)”이라고 평가했다. 
시인인 김원 한국문인선교회 부회장은 “근대의 불협화음적인 시단의 혼돈스러운 장벽을 심도있게 응축된 불굴의 시 정신으로 극복하는 예술적 복원력과 시인의 열정적 역작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했다. 

한편 민병문 팀장은 “소방관들은 119 현장활동중 사망시 국립묘지에 안장되고, 여기에 제도적 지원과는 별도로 전국 소방관들이 기금을 만들어 유족에게 전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근무중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아무 혜택이 없어 유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집 발행을 통해 조성된 수익금을 작게나마 지병으로 고인이 된 소방관의 유족에게 전달할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수익금 600여만 원 중 일정 한도가 되면 각 100만 원씩 대상자를 선정, 지원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나이 어린 자식이 있는 유가족을 최우선 순으로 선정하며, 전국의 소방관이면 누구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