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타고 온 꽃향기가 콧등을 간지럽힌다.
봄철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만 산불이 발생하기에도 좋은 시기다. 특히 우리나라 산불은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산림청의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3월에서 5월까지 세 달간 251건으로 전체 산불 발생 건수의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 발생 건수도 많지만 피해면적이 1천ha가 넘어 전체 피해 면적의 91%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요소가 ‘습도’다.
우리나라는 늦가을부터 시작해 봄철까지 몇 달 동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산불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올 봄은 지난 겨울철 강수량이 평년 수준 절반에도 못 미쳐 더욱 건조하다고 한다. 봄철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 중에는 논·밭두렁 소각이나 성묘객 및 등산객의 실화와도 관련이 있다.
산불로 인한 산림자원의 피해도 엄청나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불은 4천300여 건이 발생해 1만2천ha에 이르는 엄청난 산림을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축구장 1만7천개, 서울 남산 40개와 맞먹는 면적이다.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액도 약 600억 원에 이르렀고, 생태 환경적·공익적 피해액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올해도 어김없이 소방방재청, 산림청은 봄철 산불조심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24시간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산불로 인해 훼손된 산림 생태계를 복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1천200도의 높은 고열이 땅속의 미생물 생태계까지 완전히 파괴해 제대로 된 산림으로 복구하는 데는 한 세대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산림 생태계를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봄철 나들이에 앞서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